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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한국배우전문 학원과 신촌 나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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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한국배우전문 학원과 신촌 나이트클럽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3.12.2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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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력 '무학'으로 기자가 되기까지<14>

서울 생활 4개월 만에 얻은 두 번째 직장은 다방이었으며 필자의 담당은 주방장 보조였다. 금 다방은 동대문 시장입구 바로 건너편 함흥냉면 본점 빌딩 맞은편 2층에 있었다.

혹자들은 무슨 다방주방에 남자들이 둘이나 필요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다방 메뉴와 지금의 다방 메뉴가 달랐기에 주방일이 많았다. 위스키도 팔고 잔 죽과 깨죽도 팔았으며 에그후라이(반숙)와 토스트도 팔았다.

아침이면 손님들이 몰려와 ‘모닝커피’를 시켰다. 모닝커피는 설탕, 크림을 탄 커피에다 계란 노른자 하나를 커피잔에 담아 주는 것이다. 어떤 손님들은 노른자를 따블로 요구하기도 했다.

양복을 걸친 허풍스런 손님 대부분은 웬종일 마담과 레지(아가씨)들과 노닥거리를 하면서 다방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 더블 및 '하이볼'을 주문했다. 하이볼이란 위스키에 소다수 사이다를 조금 썩은 것을 말한다.

커피는 전량 외국서 수입하거나 미군부대 PX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국방색 큰 깡통에 들어 있는 작은 것을 ‘원피’ 라하고 큰 것을 ‘투피’ 라고 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홍차 코코아 레몬주스 등도 모두 외래품으로 당국의 판매금지 조치가 있었지만 마담들이 단골손님에게만 살짝살짝 팔기도 했다.

일단 다방 생활은 편하기도 했으며 매일 계란 후라이를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우윳가루 맛은 한마디로 끝내주었다. 필자가 이곳 주방장으로부터 배운 돈 적게 들고 술 취하는 비법 한 가지를 공개한다.

먼저 찬물을 약 70도 정도 끓인 후 맥주잔 2/3쯤 부은 뒤 도수가 높은 술을 소주잔으로 한잔 정도 붓고 나무젓가락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30~40회 정도 빠르게 저은 뒤 원샷을 해보라 핑~ 돌면서 금방 취하게 된다.

필자는 그 다방에서 먹고 자며 생활을 했지만 가게를 마쳐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밤 시간이 되면 상가 정문 셔터는 내려지고 밖에서 잠금장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지하 술집에서 불이나 소방차가 출동하는 등 소동이 일어나 잠자리서 깨어 불을 켜 보니 다방 입구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현관문은 잠겨 있고 이곳은 2층이라 대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 필자가 뛰어내릴 요량으로 다방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간판 때문에 도로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달려가 작은 창문을 열고 기어 나와 도로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크게 다친 데는 없었지만 그 화재로 1층 점포와 2층 다방 일부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어쩔 수 없이 종업원들은 각자 직장을 구해 헤어져야 했는데 필자는 다방 주인마님의 주선으로 평화시장 2층에 있는 밀 다방에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다방도 얼마 후 문을 닫는 바람에 충무로 유신 고속터미널 옆 요정과 충무로 영화인 골목 사거리에 있는 돼지갈비집, 레스토랑, 냉면전문집을 거쳐 한국배우전문학원 청소부로 일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영화에서만 봐 왔던 신성일, 엄앵란. 윤정희 등등 유명배우들을 원도 없이 보았다.

이때 필자가 코미디 연습생들이하는 엉터리 뉴스를 귀로 듣고 배워 청소를 하면서 열열을 했는데  필자가하는 엉터리 뉴스가 인기가 있다며 깍두기 형님의 압력으로 신촌 로타리 인근 지하에 있는 제법 큰 신촌나이트클럽에서 잠시 엉터리 뉴스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때 배운 뉴스 원고 한 토막 “국민 여러분. 내일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은 분명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것이며 큰 구름이 흘러가는 사이 작은 구름이 꼽사리 끼여 흘려 갈 것입니다. 비가 오면 흐릴 것이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맑을 것으로 예상됨으로 양산은 알아서 챙기시기 바랍니다. 바다의 날씨는 파도가 1미터에서~2미터 정도의 크게 일 것으로 보이므로 항해하시는 마도로스 분들은 안전을 위해 배에서 내려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등등 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아도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그때 그 술꾼들은 참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홀 청소도 하고 서빙도 했다.

하지만 테이블마다 맥주와 안주를 갖다 주고 나면 카운터의 전표에 적어야 하는데 필자는 글을 잘 몰라 적을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간 곳은 종로 제2 직업소개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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