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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일외교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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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일외교를 시작할 때다
  • 영남방송
  • 승인 2012.05.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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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노 통일부 정책협력과장>

20여 년 전 독일은 냉전 말기 세계사에 잠시 열린 ‘기회의 창’을 재빨리 붙잡아 국가통일을 이룩했다. 그러나 그 같은 기회의 창이 처음 열린 1980년대 말만 해도 세계대전을 두 번씩이나 일으킨 강대국 독일의 부활을 흔쾌히 지지하는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통일을 둘러싼 4대 전승국 및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는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었다.

통일독일이 유럽공동체와 NATO에 잔류하는 것을 전제로 독일 통일을 지지하는 미국, 독일이 유럽통합과정을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하는 것에 반대하여 독일 통일을 가급적 저지 또는 지연시키려는 영국, 자국과의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해서 독일 통일에 소극적인 프랑스, 통일독일의 NATO 잔류와 NATO 관할지역이 동독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에 반대하는 소련, 독일과의 기존 국경이 변경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폴란드 등 주변국들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독일 통일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독일이 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통일을 이룩한 것은 실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살려 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서독 정부의 뛰어난 통일외교 덕분이었다. 서독 정부는 반드시 고수해야 할 것과 양보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하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끈질긴 인내와 집요한 노력으로 유관국들을 설득하였다. 1989년에서 1990년까지 2년에 걸친 결정적인 기간 동안 무수한 양자협상과 다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 것이다.

신중하고 면밀한 전략 아래 진행된 철저한 ‘주고받기식(give and take’) 통일외교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미국에게는 통일독일의 NATO 잔류를 분명히 하고, 영국과 프랑스에게는 독일통일이 유럽통합의 과정 속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한편, 폴란드와는 기존의 국경을 재확인하는 국경조약을 체결하고, 소련에게는 독소우호친선협력조약 체결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경제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동의와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독일의 경우 못지않게 우리도 남북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경문제나 동맹관계 등을 둘러싸고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거점기지를 원하는 미국, 미군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치를 원치 않는 중국, 북한과의 기존 국경을 고수하고자 하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의 식민지 배상 문제가 아직 채 해결 안 된 일본 등 우리에게도 남북통일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독일이 그처럼 성공적인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다져놓은 통일외교의 성과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은 통일과정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총리에서부터 외상, 대사에서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회담, 서신교환, 전화 대화 등을 통해 미국 등 4대 전승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각급 정책결정자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했던 것이다. 그 같이 폭넓은 신뢰의 네트워크가 바탕에 있었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통일독일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도 올해 들어 비로소 통일외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간 일부 정부 부처가 간헐적으로 통일외교를 표방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체계화된 통일외교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 1월 4일에 있은 대통령 연두업무보고에서 통일외교 추진을 올해의 8대 중점사업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그와 동시에 통일외교의 목적은 통일한국이 주변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란 점을 미, 중, 일, 러 등에 알리고 설득하여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강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남북통일은 외교적 노력을 바탕으로 주변국 등 국제사회가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분위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실현가능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성공적인 통일외교의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주요 전략적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한 후, 그 같은 목표의 달성에 필요한 치밀한 추진전략과 현실적인 추진계획, 실용적인 정책수단, 효율적인 추진체계 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실제 통일 진행과정에서 통일외교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려면 ‘평시’ 통일외교(pre-unification diplomacy)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평시 통일외교는 다차원적 종합외교여야 한다. 정부 차원의 공식외교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상대국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사회 각 분야에서의 민간외교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주변국의 신뢰를 얻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같은 통일외교 노력이 바탕이 되어 가까운 미래의 어느 한 순간 우리에게도 기회의 창이 열릴 때 신속하고 민첩하게 남북통일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제는 우리도 통일외교를 시작할 때다.

2012.05.16 김정노 통일부 정책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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