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매일 PDF 지면보기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최근 김해종합뉴스
행복1%나눔재단 희망캠페인
함께해요 나눔운동
時도 아닌 것이
행복밥집
TV 방송 영상
커뮤니티
다시보는 부끄러운 김해 현장
미국서 지휘 전공 국악인 1호 이춘승씨
상태바
미국서 지휘 전공 국악인 1호 이춘승씨
  • 최금연 기자
  • 승인 2008.06.04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과 현대음악에 정통한 최고의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서 잘 나가던 국악인이 미국에서 3년째 지휘공부를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악전공자로 미국의 음악대학에서 공부하는 1호로 평가되는 주인공은 이춘승 (32)씨.

안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잘나가던 타악기 주자였던 그가 돌연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통해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입신하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2006년 7월 뉴욕에 온 그는 현재 브루클린 컨서버토리 음악학교에서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합창지휘를 전공하고 있다. 국악도로서 미국서 현대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뉴욕의 음악학교 교수진들이 갖고 있는 오만할 정도의 자부심이었다.

"처음 인터뷰하는데 80넘은 교수님이 국악이 뭐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국악이 뭔지 관심도 없는거에요. 한마디로 베토벤을 당할 음악은 세상에 없다는 식이었지요. 오기가 끓어오르더군요."

국악에 대한 자존심이 누구보다 컸던 그는 이내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최근 응시한 코네티컷 하트포드대 오디션에서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실기 1등의 기쁨도 안았다. 하트포드대 오케스트라단원들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지휘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좀 더 시간을 두기로 했다. 그는 "다른 공부와 달리 지휘는 연주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심리적 부분까지 파악해야 한다. 많은 연주자들을 조화롭게 이끌 지휘자의 능숙한 영어는 필수"라고 말했다.

그가 국악을 하게 된 것도 기실 집념의 결실이었다. 이팔영 (65)씨와 배정임 (58)씨의 1남2녀 중 둘째로 서울서 태어난 그는 모 대학 지구과학과를 2학년까지 다녔지만 국악을 하고 싶은 열정에 부모 몰래 등록금을 찾아 중대 한국음악과에 등록을 했다. 응시 전 8개월 간 인간문화재 김청만 선생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을 지낸 김규형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은 그는 차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꽹과리 명인 이광수 선생의 특별한 지도도 받은 그는 타고난 끼와 열정으로 조기졸업의 영예도 안았다. 2001년부터 4년 간 국악인 김영임씨의 회심곡 공연의 전담 고수로 활약했고 정통 사물놀이와 무속장단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 월드컵 기념 세계 타악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초청됐고,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아시아’ 음악회에서도 우리 소리의 신명을 세계에 알렸다.

학창시절부터 전문 연주자로 돈도 잘 벌었고 남부러울 게 없었던 그였지만 훌륭한 국악 지휘자로 거듭나겠다는 소망이 가슴속에서 꿈틀댔다. 결국 그는 중앙관현악단 단장 김재영 중앙대 교수의 격려 속에 결국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됐다.

뉴욕에서의 2년간은 그에게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음악적으로 배울게 정말 많았다"는 그는 "바로크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서구 음악의 체계적인 역사와 이론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피아노가 양악의 기본이라면 국악은 장구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 씨는 "타악기의 1박이 정악의 시작을 알리고 판소리의 고수는 지휘와도 같다"며 타악기 주자와 지휘자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뉴욕에서 공부하는 즐거움의 하나를 그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접근성을 들었다. 그는 "세계적인 뉴욕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12~15달러에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이런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뉴욕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공연 행사 때 그는 장사익의 무대에 앞서 자신이 지도하는 2세 청소년들을 이끌고 설장구가 곁들여진 사물놀이와 모듬북 앙상블을 처음 선보여 열띤 환호를 받기도 했다. 뉴욕의 명문고 스타이브센트에 재학중인 학생들과 브롱스과학고 진학예정인 학생 등 재능있는 2세 청소년들의 열정적인 무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문화의 자부심을 갖게 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모듬북을 한국에서 공수하기 위해 운임료로 수천 달러의 사재를 털었던 이 씨는 올 여름 야심찬 기획을 한가지 하고 있다. 2세들과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미국인들을 위해 '대한민국 취타대 뉴욕'이라는 캠프를 여는 것이다.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10월 맨해튼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코리안퍼레이드 때 이들을 이끌고 대한민국 취타대 퍼레이드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을 전해들은 이세목 뉴욕한인회장은 "우리 2세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면 더욱 의미가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 가지 문제는 이들이 착용해야 하는 전통의상과 장신구들이다.

이 씨는 "세계의 중심에서 펼쳐지는 코리안퍼레이드의 취타대 행진을 위해 도움을 주실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고 "앞으로 한국의 국악 후배들이 뉴욕에 많이 와서 견문도 넓히고 우리의 것도 알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