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혁명 시대의 관건은 남다른 상상력”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소장
“이야기 혁명의 시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발견해야 한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0일 연속 강연에서 스무 번째 연사로 나선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소장은 2일 “수렵어로사회에서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쳐 이제는 덴마크학자 롤프 옌센이 이야기한 ‘드림 소사이어티’, 바로 이야기 사회가 도래했다”면서 ‘이야기 혁명 시대에 맞는 남다르고 창의적인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홍 소장은 “이야기 사회에서 사람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 꿈과 이야기, 감성을 산다”면서 “재래시장에서 바느질 상태와 옷감을 보고 옷을 사던 사람이 이제는 기업이 만든 제품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옷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난 것일까.

홍 소장은 “사람들이 누구나 ‘이야기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경주에 가면 에밀레종과 성덕대왕 신종 중 어느 것을 먼저 보겠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95%가 에밀레종을 먼저 보겠다고 하더라. 사실 에밀레종과 성덕대왕 신종을 같은 종의 다른 이름인데, 이를 망각한 학생들은 역사책에 나오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는 에밀레종을 선호하는 것이다. 바로 이야기 유전자 때문이다.”

이 이야기 유전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움직여 왔는데,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또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의 주요 동력이던 기술 경쟁이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나면서 잠자고 있던 이야기 유전자가 더욱 활발하게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이어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한해 동안 받은 저작권료 1000억원은 빌 게이츠의 한해 배당급 450억원보다 배 이상 많고 또 해리포터가 책과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돈 308조원은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이 반도체 수출 총액 231조원보다 월등히 많으며, 2006년 디즈니의 매출액은 353억 달러로 인텔의 315억 달러를 앞섰다고 소개했다.

“디즈니는 이제 세상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세계 각국에서 이야기 원료를 헐값에 사들여 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한 홍 소장은 “세계는 바야흐로 ‘이야기 전쟁시대’에 돌입했고 이제 이야기 원료를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잘 가공하느냐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상상하는 사람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 못지 않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야행성 새가 주행성 새 못지 않은 생산력을 낼 수 있는 사회가 왔음을 거듭 강조한 홍 소장은 다시 한 번 ‘거꾸로 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이제 누가 더 먼저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인 시대이다. 미래는 우리가 그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우리에게 달려온다. 빠른 속도로 달려와 머리를 쾅 치고 달려가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뒤집어 보고, 거꾸로 봐야만 미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