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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가 청재 박석균 '인생과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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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가 청재 박석균 '인생과 작품세계'
  • 우정락 기자
  • 승인 2014.03.2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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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재 박석균 선생.  
 

여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솜씨를 현대서각에 맞게 재창조하고 나무에 정신과 생명을 불어 넣는 기능예능인 각예가(刻藝家)가 있어 본 지면을 통해 그와 그의 작품세계, 꿈, 가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청재 박석균은 누구인가?

청재 박석균(朴石均, 53)은 경남 함안군 가야읍 출신으로 어릴적 부산으로 이사한 후 학창시절을 마치고 부산과 김해 등지에서 서예학원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험난하고 외로운 창조예술의 세계에 투신하게 된다. 미술과 서예의 장르에 먼저 입문한 뒤 그의 목마름은 또다른 쟝르인 서각에 혼신을 기울인다.

그는 1995년 제3회 부산현대서각 동인전을 필두로 각종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하여 탁월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보면 일종의 전율이 흐른다.

그는 태고의 자연주의를 지향하고 유구한 세월 속에 선인들이 이루어 놓은 전통의 바탕 위에서양화나 조각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법들을 동원하여 가장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는 현대서각의 세계에 대해 평하기를 "현대의 서각작품은 새김 기술을 기본으로 서예에 대한 조예, 색채 배합에 대한 안목, 글자의 자간이나 그림 배치, 전체적 조형미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현대서각은 문과 각의 만남으로 서예적이면서 조각적이고 회화적인 면이 융합되어 종합예술 장르로 평가될 수 있다.

아날로그적 느낌과 밋밋한 글자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함을 넘어선 독특하고 창조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창조된 문자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서각은 감상적 요소를 담아내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각으로 나타내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표현 쟝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각의 기원과 인간과의 조우에 대해 설명하기를 "예로부터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미적 행동을 표현하기 위하여 파거나 새긴다는 행위를 게속하여 왔다"며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의 각 기원전 273년 인도의 아소카 왕비, 3000년전 중국의 갑골문자 등 동서역사를 통하여 서각은 예로부터 존재하였고 인간의 표현 욕구로서 파고 새김을 하였듯 서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의 고유한 생활속에서 문자의 입체적 표현이라는 독특한 모습으로 맥을 이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서각이란 무엇인가?

   
 
  ▲ 서각체험실 내부 전경.  
 

서각(書刻) 또는 각자(刻字)란 글자나 그림을 목각판에 새기는 일련의 작업을 일컫는다. 각자는 용도에 따라 인쇄를 목적으로 글자를 좌우 바꾸어 새기는 반서각(反書刻)과 공공 건물이나 사찰, 재실에 거는 현판용으로 글자를 목판에 그대로 붙여 새기는 정서각(正書刻)이 있다.

또 하나는 시대에 따라 서각은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으로 구분한다. 전통서각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술을 지키며 서예를 통한 필의(筆意) 개념을 철저히 지킨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대서각은 단순히 나무나 돌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작업을 넘어선다. 서예에서 표현되는 필의(筆意)를 담는 것은 물론이고 창의성과 예술성이 요구되는 각예술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목판본은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만든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목각판인 고려 `팔만대장경`이다.

이러한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목판 인쇄술을 바탕으로 하여 사찰을 중심으로 경전이나 고승들의 문집과 저술의 간행이 성행하여 목판 인쇄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조선시대에도 고려의 목판 인쇄술은 그대로 전래되어 `훈민정음`을 비롯한 많은 목판 인쇄물이 간행되었다.

   
 
  ▲ 서각체험실 내부 전경.  
 

각자를 할 때 쓰이는 재료로는 나무가 주로 쓰이는데 나무는 재질이 아름답고 재료 구입이 쉬우며 작품을 한번 만들면 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한 점 때문에 선호되어 왔다. 목공예에서는 빛깔과 무늬가 진하고 선명한 나무를 선호하지만 각을 할 때는 글씨가 죽기 때문에 그런 나무는 피한다.

감나무의 경우 목공예에서는 좋은 나무이지만 각자를 할때에는 검은색 대문에 글씨가 죽으므로 글씨가 생명인 정서각에서는 쓰지 않는다. 정서각이나 반서각 모두 검은 빛깔의 나무를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

그리고 나무의 무늬는 각할 때 대칭이 되는 것이 나중에 보기 좋기 때문에 무늬의 균형을 잡아 주어야 한다. 또한 무늬에 따라서 각이 죽는 경우도 있어 잔글씨는 가급적이면 무늬목에 각을 하지 않고 무늬목을 원할 경우에는 각을 하기 전에 무늬를 약간 죽인다.

일반적으로 각자에 많이 쓰이는 나무는 소나무, 잣나무, 주목(朱木)과 비자나무, 감나무, 은행나무와 호두나무, 배나무와 대추나무, 느타나무와 참죽나무,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 박달나무와 자작나무, 벚나무와 피나무, 후박나무와 밤나무와 향나무, 아카시아 등이 사용된다.

목판 인쇄에 사용되는 책판은 대추나무, 배나무, 가래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이 좋다. 대추나무는 단단하고 벌레가 잘 먹지 않으며, 배나무는 연해서 칼질하기가 쉽고 매끈하다. 각자의 제작과정은 먼저 나무결을 삭히는 연판(鍊板) 과정을 거치는데 바닷물에 수년 동안 담가 진을 빼 삭힌 다음 음지에서 말린 뒤 각자를 한다.

여기서 좀더 상세히 작업할 때 도구와 나무재료 각자에 필요한 도구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크게 나무를 다듬을 때 필요한 도구는 그무개, 곡자와 조합자, 톱, 대패가 있고 각자를 할 때 필요한 도구는 평칼, 굽은 평칼, 삼각칼, 둥근칼, 끌, 함지박칼, 때리는 칼, 다듬는 칼, 각자용 망치, 조임쇠 등이 있다.

   
 
  ▲ 서각도구들.  
 

그러나 각자는 금속활자의 발달로 조선시대 후기 이후에는 그 정교함이 부족해지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서양인쇄술의 도입으로 급속히 쇠퇴하게 되었다.  

현대문자 각.연구실과 하얀등대

현대문자 각.연구실은 박선생이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부산 가락동 중사도 입구에 있는 서각체험실겸 문화예술 소통공간이다. 여기서 그의 제자들은 일주일의 스케줄에 맞추어 스승의 기르침에 따라 각의 세계에 심취한다. 지금까지 그가 배출한 제자들 만 해도 수백명은 넘는다고 한다. 가까이는 김해와 부산에서 오지만 가끔 멀리서 오는 제자들도 있다고 한다.

나무를 고르고 칼을 대서 작업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있어 모든 일거수일투족 정신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고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 마련이다. 제자들중 스승의 가르침대로 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가끔씩 그의 불호령이 작업실에 쩌렁거린다.

그러나 작업이 끝나면 스승과 제자, 제자와 제자간의 단합과 신뢰회복(?)을 위해 특별 삼겹살 파티가 벌어진다. 작업실 중간에 있는 빼치카 위에서 구워먹는 삽겹살 맛은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나! 그의 제자를 향한 내리사랑의 살겹고 애틋한 마음씨는 감히 범접하기 어렵다고 주위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전해진다.

한편 그의 작업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레스토랑 하얀등대가 있다. 김해 불암동 선암다리 근처 불암경전철역사에서 부산 가락동 방향으로 1km를 가다보면 서낙동강을 끼고 왼쪽에 새하얀 3층짜리 건물에 차와 식사란 간판이 적힌 가게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박선생의 보금자리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차와 식사가 제공되는 레스토랑 `하얀등대`다.

   
 
  ▲ 서각체험실.  
 

기자는 하얀등대를 몇 번 가본 적이 있다.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머리가 복잡하여 바람쇠러 이곳에 가끔 들른다.

넓은 마당에 주차를 하고 기차길 침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골동품과 민속품, 서각품이 시야를 끌어 당긴다. 그는 수년전부터 고미술품 등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를 지나 다시 문을 열면 고풍스럽게 꾸며진 아담하고 귀여운 방들이 나타난다. 일명 신선방이라고나 할까. 방에 들어서자 마자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아래 펼쳐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어느때나 잘 어울리는 낭만이 그곳에 존재한다. 여기서 창문을 통해 강건너 반대편을 쳐다보면 김해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한 번씩 목격되는 행운도 선사한다.

가족과 취미

청재의 가족은 모친과 아내 그리고 1남 2녀이다. 가족의 빈자리를 언제나 지켜주는 모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조의 달인인 부인 정혜정 하얀등대지기,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인 세명의 자녀 즉, 직장생활을 하는 큰딸과 공부중인 둘째와 셋째이다. 환상의 가족구성원으로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애는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

그는 평소 우리의 전통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의 취미는 골동품과 민속품을 수짐하고 감상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낭만이자 취미다. 작업실과 하얀등대의 구석구석에는 그가 수집한 작품과 자신이 직접 만든 서각작품들이 조화를 이루어 보는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어쩌면 그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골동품이 아닐까!   

   
 
  ▲ 자연에 정신을 새기다(청재 박석균의 새김, 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2010).  
 
   
 
  ▲ 서각 나무재료.  
 
   
 
  ▲ 작업실에서 문하생들이 열심히 수업 중이다.  
 
   
 
  ▲ 일본각자연맹 회장과 청재가 함께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촬영하고 있다.  
 
   
 
  ▲ 서각체험실 입구 조형물.  
 
   
 
  ▲ 서각체험실.  
 
   
 
  ▲ 문하생의 작업체험실 현대문자각. 예술원.  
 
   
 
  ▲ 하얀등대 마당에 있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 하얀등대 내부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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