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 올해 나이 35살의 고운 아가씨 김미화 가수, 여섯살 때 시력을 잃고 세상을 등지고 살기 시작한지 29년이 되었다고 한다.
김해시 어방동에 살면서 3년 전 부터 김해와 경남 일원의 장애인시설과 복지시설 등 소외된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매달 4~5곳 정도 공연을 하고 있지만 피곤하거나 힘들기보다는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고 했다.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지만 시력을 잃고 나서부터 노래실력이 남들보다는 조금 났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일 노래 부르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실력을 인정받아 대한가수협회 회원으로 등록되어 가수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의 도움을 받아 나들이와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김미화씨의 표정이 맑고 말씨가 참 곱다.
자신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뒷자리에 앉아 다른 동료들이 불러주는 노래에 맞추어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친다.
2009년 12월 19일 김해 모 노인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우 100여분을 모시고 가진 위안공연에서 맨 먼저 나와 낭낭한 목소리로 환우 분들을 즐겁게 했다.
1시간여 동안 공연은 이어졌고 마지막에 또다시 김미화씨의 앵콜곡이 불러지자 어르신들은 불편한 몸으로 무대로 나와 춤도 추며 즐거워했다.
사회자가 김미화씨를 보고 질문을 한다.
사회자 - 김미화씨 잘 보이시죠?
김미화 - 네. 잘 보입니다.
사회자 - 어떻게 보입니까.?
김미화 - 모든 것이 까만색으로 보입니다.
보통사람 같으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할 텐데 김미화씨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잘 보인다"고 대답한다.
모든 것이 까만색이라고 대답하는 순간 필자의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 왔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밀려와 김미화씨를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세상살이에 오염된 건강한 우리들 눈에는 오만잡색깔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시각장애인인 김미화씨는 비록 검은색이지만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아주 깨끗한 단색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시력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캄캄한 칠흑일 뿐이지만 김미화씨는 칠흑같이 어두운 캄캄함을 까만색으로 표현, 잘 보인다는 한마디로 일반인들의 편견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앞으로 더욱더 연습하고 노력하여 좋은 노래를 장애인과 노인시설에 계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 주어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고 했다.
새해 소망을 묻는 필자에게 “새해에는 아픈 사람 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고, 장애인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관심과 후원이 많은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여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찾아가는 음악회'의 주역들과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가수 김미화씨의 2009년 결산 음악회가 필자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는 값진 시간이 되었다.
김미화씨 파이팅! 당신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