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식의 허튼소리> 2023년 11월 3년 만에 종합 검진을 받았다.
일주일 뒤 알게 된 검진 결과는 대체로 좋았지만 갑상선 쪽에 작은 혹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지켜본 후 다시 검진을 해보자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서는데 들어올 때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했다. 그저 작은 혹 하나가 발견되었을 뿐인데 70년 넘게 함께 해온 그 마음을 내동이 쳐놓고 그 자리에 불안만 가득한 그놈의 마음을 모셔 와 자리하게 하고 매일 재미없는 대화와 고민만 하곤 했다.
천원의 행복밥집이 이사 갈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느라 수개월 동안 정신없이 보내다가 지금의 장소를 계약하고 금년 2월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어르신들에게 오랫동안 식사대접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마무리되지 않은 곳곳을 미루어 두고 3월 25일 우선 급식소 문을 열게 되었다.
내부 무대 설치 공사와 마당 화단 공사를 비롯한 외벽 도색과 벽화 그림까지 마치고 화단 꽃밭 가꾸기를 통해 급식소 밥집 환경이 90% 정도 완성되었다.
금년 7월 초까지 정말이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세월이 지나갔다. 어느 날 휴대폰에 쌓여있는 문자 등을 보다가 13일 전에 병원에 와서 예약검진 받으라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다음날 병원을 찾아가 정밀 검진을 또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는 20여 분이 20개월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는 등 기분이 묘했다. 검진 결과 갑상선암 전문의사가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 보라며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추천서를 받고도 10일 동안 추천 의사를 찾아가지 않고 독주를 마시며 버티다가 지인이 "다중 씨 암일 수도 있다"는 말에 결국 병원으로 가서 조직검사를 했고 7일 뒤에 결과를 보러 오라고 했다.
필자는 일평생 7일이 그렇게 길다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갑상선 암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가고 마음도 콩닥거리고 심장도 더 빨리 뛰며 불안감 형성에 일조를 했다.
죽을병도 아니고 결과도 안 나왔는데도 갑자기 지난날이 되돌아 보여 지면서 잘못 살아온 업장들만 생생하게 시네마처럼 지나간다. 나로 인하여 고통을 겪게 된 수많은 인연자들과의 업장이 소멸될 때까지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며 참회해야 하는데...
암 진단으로 병원 신세지게 되면 천원의 행복밥집은 영남매일은 등등 번뇌 망상이 뇌를 쥐어짠다.
30여 년 동안 기획하고 준비해 온 소시민들의 행복, 소상공인 등 상업인들의 사업안정, 김해시의 도약에 기여하기 위한 종합상사 콘텐츠 사업들을 이제 본격 가동해 보려고 하는데 기관차가 고장이라니 헤아릴 수 없는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늘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자랑하며 독주를 즐기더니 조유식도 별수 없네 하는 말이 귓가에 윙윙거린다.
병원을 찾아오는 수없는 중증 환자들도 있는데 손등의 사마귀 혹보다 작은 혹 하나에 8천여 개의 신경이 총출동하여 어느 날 쳐들어온 나쁜 놈 그놈 마음과 동침하며 괴롭히지만 제어가 잘 안 된다.
보통 이하의 삶으로 고통받는 중생의 최소한의 의식 문제만이라도 자비희사의 마음으로 돌보기 위해 참회와 수양한다는 심정으로 급식소도 운영하고 있고 그들의 든든한 백, 의지할 언덕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신문사 등 언론사업도 하고 있는데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태산 같은 걱정도 하게 된다.
밥 굶는 날이 숟가락 더는 날 보다 많았던 지난날, 모진 고통과 무학자의 설움을 겪어 오면서도 건강하게 잘 견디어 와준 오장육부와 육신에 감사해 왔는데 `이제 인연이 다되었나 보다` 하는 등 별별 생각이 다 들기도 했다.
7일이 7년 같은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결과를 보려 병원에 왔고 기다리는 동안 수술실 입구의 의사와 환자들의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차례는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머무르기도 했다.
암일 경우 수술은 어떻게 하지, 입원 기간은 이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등으로 분 초 간격으로 뇌를 괴롭히는 이런 일은 처음 당해 본다. 한참을 기다린 후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의사와 마주했고 의사는 조직검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순간 그동안 나를 끌고 다니며 괴롭혀 왔던 그 나쁜 놈의 마음은 흔적도 없이 도망가고 그 자리에 원래 주인공이 자리했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어리석은 내가 나쁜 마음을 만들어 고통을 생산해 온 멍텅구리 중생일 뿐이라는 것을...
다음날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천원의 행복밥집에 출근해 보니 마당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만데빌라 다섯 송이가 화려하게 만개하여 반겨 주었다.
이사 오기 전 겨울을 보내면서 7~80% 죽어가는 그때 그 만데빌라를 버리지 않고 가져와 영양 가득한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물도 주고 사랑도 주며 지켜봐 왔는데 어느날부터 갑자기 잎이 풍성해지면서 매일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꽃을 피우더니 오늘은 다섯 송이가 만개한 것이다.
흥분되고 짜릿했던 그 기분은 말로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으며 날아갈 것만 같았다. 걱정하는 사람 하나 없고 결과를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는데 정성을 들이며 사랑을 주어 온 저 꽃이 염화미소로 반겨주니 너무 행복했다.
걱정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多中에 대해 일체만물을 대표하여 환영하는 화답으로 느껴져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고맙다 벗님아! 우리 함께 오래오래 잘 지내자. 사랑한다 만데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