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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해오광대보존회 이명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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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해오광대보존회 이명식 회장
  • 영남미디어공동취재단 최문복 기자
  • 승인 2026.04.15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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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속에 민중의 삶, 신명 속에 도시의 정체성… `김해오광대`, 가야의 들녘을 깨우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형성된 민초의 희로애락,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포효가 2026년 김해의 하늘 아래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한때 일제의 탄압으로 끊겼던 맥을 억척스럽게 이어온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 제37호 김해오광대가 지역 정체성의 상징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인류무형유산의 정수로 재도약하고 있다.

■ 100년의 단절을 넘어 다시 이어진 민중의 몸짓

김해오광대는 19세기 말 김해 가락면 죽림 마을을 중심으로 꽃피웠던 영남의 대표적 가면극이다.

1937년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강제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984년 당시 故 류필현 전 김해문화원장이 끊겼던 맥을 찾아 복원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김해오광대보존회 이명식 회장과 정용근 부회장이 함께 전수를 받으며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두 사람 모두 예능보유자로서 김해오광대의 정통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해오광대의 예술적·사료적 가치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김해오광대 탈이 소장되어 있을 만큼 이미 국가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 이명식 회장, “탈은 가슴에 묻어둔 민중의 언어를 입는 것”

복원 초기부터 현장을 지키며 김해오광대의 기틀을 세운 이명식 김해오광대보존회장(예능보유자)은 탈을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정의한다.

이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탈을 쓴다는 것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 못 하는 애환을 대신 터뜨려주는 ‘또 하나의 얼굴’을 입는 것”이라며, “탈 뒤에서는 양반이나 상놈 할 것 없이 시대의 부조리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삶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명식 회장은 또 “인생은 고되고 힘들지만 그것을 메우는 것이 바로 신명이다. 세상에 잠깐 왔다 가는 인생, 탈 뒤에서 한판 신나게 놀며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이 바로 오광대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는 공연이 끝나면 탈을 가슴속에 품고 다닐 정도로 애지중지하며 소중히 여겼던 선배 예술가들의 마음을 전하며, 오광대는 곧 민초들의 생명력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김해오광대가 박물관 유리창 안에 갇힌 박제된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김해시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 김해봉황초등학교 옆 부지에 계획된 김해오광대 전수관을 하루빨리 개관하여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현재 40여 명 수준인 보존회 회원이 더욱 확충되어 전세대를 아우르는 전승 체계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승 의지는 지난 정월대보름 '천원의 행복밥집'에서 열린 지신밟기 행사를 통해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4대 선인으로 추앙받는 故 화엄대선사의 유발상좌인 이 회장은 천원의 행복밥집을 방문했다가, 과거 행방이 묘연했던 화엄대선사의 진영(초상화)이 또 다른 제자인 행복밥집 조유식 이사장의 수행처에 봉안된 것을 발견했다.

스승의 정신이 깃든 곳에서 지역민의 복을 빌어주고 싶다는 두 제자의 마음이 맞닿으며, 천원의 행복밥집 창립 이래 첫 지신밟기라는 뜻깊은 무대가 성사된 것이다.

■ ‘어딩이’와 ‘영감의 죽음’… 김해오광대만의 독특한 인문학

이명식 회장은 김해오광대는 여타 영남권 탈놀이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지닌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김해오광대의 차별화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어딩이의 등장 : 반신불수 인물을 통해 소외된 인간 군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영감의 죽음 : ‘할미’ 대신 ‘영감’이 죽음을 맞이하며 가부장적 사회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비판.

사실적 묘사 : 서민들의 삶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종합 예술의 면모.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공동체의 정서를 담아낸 살아 있는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 우리의 문화가 다시 마당으로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도 관객을 사로잡는 힘은 결국 '사람 냄새'에서 나온다.

탈을 쓰는 순간 개인의 시름은 사라지고 공동체의 기억이 살아난다.

천원의 행복밥집 조유식 이사장이 정성껏 차려낸 밥 한 그릇의 온기와 이명식 회장이 이끄는 오광대의 신명이 만난 현장처럼, 우리 전통 예술은 이제 전수관이라는 든든한 보금자리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김해시의 정책적 뒷받침과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질 때, 100년의 시간을 견뎌온 김해오광대의 덧배기 가락은 가야의 땅 위에서 더욱 힘차게 울려 퍼질 것이다.

국립김해박물관 마당이나 김해의 거리 어딘가에서 들려올 꽹과리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곳엔 100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신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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