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존중의 축제, 개막식에선 빛바래
김해시가 50만 이상의 도시로 명실상부하게 발전하면서 유사 이래 최대규모의 행사를 유치해 무난하게 치러냈다. 행사준비요원과 자원봉사단의 짜임새 있는 임무 분담 및 시행으로 뚜렷한 논란이나 구설, 특별한 교통혼잡 없이 오랜 기간 계획하고 준비한 만큼 성공적인 개최라는 평가이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가장 큰 공헌이었을 것이다.
또 김해시에서는 전국체전 주개최지 중 가장 많은 16개 종목, 22개 장소에서 경기가 열려 스포츠 축전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었고, 앞으로 전지훈련 유치 등에도 홍보 효과를 올려, 장차 꾸준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가 된다.
다만, 사전 훈련 일부 선수단에게 경기장 사용료 부과와 하프마라톤 코스 상에서 불시 차량 진입에 따른 선수부상 사고, 성화 점화 실패 등은 ‘옥의 티’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거나 일부 공무원의 자세의 문제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1만 4천여명의 시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개막식 행사는 권위적이었고, 단상 인사 위주의 행사로 흘러 국내외에서 찾아온 많은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단상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문화부차관, 대한체육회장, 경남지사, 김해시장을 비롯하여 정치·행정·경제인과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공식행사는 단상인사들이 사전에 정해진 좌석에 착석하고, 총리가 주빈으로 개식통고 후 진행순서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입장하였다.
선수단 입장과 국민의례와 개회사, 기념사와 선수단 대표 선서가 이어지고, 이 대회의 상징과 의미를 담은 주제공연이 진행됐다.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등 공연이 갖는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 조화를 절묘하게 이뤘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깊은 의미를 내포했다.
물론, 공연은 단상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무대도 단상을 중심으로 제작돼 있었다.
그런데, 국제대회 금메달과 그랑프리를 여러 차례 석권한 하모나이즈의 화려한 ‘쇼콰이어’ 축하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총리가 시민들에게 말도 없이 인사도 없이 퇴장했다. 이후, 단상 인사 모두가 빠져나가기 시작해 이내 단상은 텅 빈 객석이 되어 버렸다.
하모나이즈는 클래식한 합창과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미된 ‘쇼콰이어’를 빈 객석을 향해 열정적으로 공연했고, 김다현-장윤정도 1만 수천명의 시민을 등지고 공연하는 이상한 모양새의 공연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김희재는 이게 어색했던지 단상을 등지고 관람석 시민들을 향해 공연을 하니 시민들이 환호을 보내며 비로소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또 중계 카메라가 사전 세팅이 안 되다 보니 공연자의 등 돌린 모습을 중계하게 되었다. 웃지못할 일이었다.
그럴거면 무대 설치를 애초에 단상만을 향하지 말았어야 했다. ‘화합과 존중의 축제’라 하면서 정작 시민들은 존중받지 못한 개막식이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한, 대회 주빈인 총리도 사회자의 안내를 받아 입장하고 시민들이 박수로 환영한 뒤, 개식 통고가 진행되어야 순서일 것이다. 개식 통고가 있은 후 총리입장을 행사 중간에 삽입하는 자체가 권위적 발상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행사는 관례에 따랐고, 행사기획사와 협의해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누구든 시민과는 동등하고 수평적 관계인 것이지 시민에 우선할 수 없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을 등지고 공연하는 것처럼 진행 편의상 용인되는 부분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행정을 집행함에 있어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시민 중심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바로 다가오는 장애인체전, 소년체전, 생활체전에서도 이와 같은 모순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화점화 드론쇼도 단상 정면 관람석의 가장 많은 시민들 등 뒤에서 진행돼, 다수의 시민들이 드론쇼를 관람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시민의 입장에서 시종일관 검토해 보기 바란다.
슬로건대로 번영과 화합의 대한민국을 위해 경상남도가 앞장서는 모습은 관료와 지도자들 사고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