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노력으로 최소의 효과를 얻어내는 ‘골드버그장치’가 있다.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erg, 1883~1970)가 고안한 것으로 생김새와 작동원리는 복잡하고 거창한데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한 연쇄 반응기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저금통에 돈을 넣으면 도르래가 움직여 도미노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리고 공을 밀치면, 공은 나선형 길을 따라 돌다가 떨어져 TV 전원을 누른다. 저금통에 동전을 넣어야 TV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리모콘이나 손을 뻗어 스위치를 켜도 되지만 단순한 과학 원리를 이용해 복잡한 장치를 만들어 이용하는 것으로 말도 안 되는 바보짓이지만 여기에는 보는 즐거움과 함께 만드는 재미에 기발한 창의력까지 필요하다. 2006년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선발 시험으로 ‘골드버그장치’ 만들기가 제시되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이 장치를 우주비행사의 과학적 상상력 훈련과 위기 대처 훈련에 활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골드버그장치’처럼 무용해 보이는 대회가 1991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바로 이그노벨(Ig Nobel)상인데 ‘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연구’에 주는 상으로 노벨(Nobel)상의 패러디라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 내 유머과학잡지(AIR: Th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현실의 쓸모에 상관없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으로 고정관념이나 일상적 사고로는 생각하기 힘든 기발한 아이디어에 주는 상이다.
지난 9월 18일 발표한 2014년 수상내역을 보면 ‘바나나 껍질의 미끄러움에 대한 연구’(물리학상), ‘개들이 똥을 눌 때는 지구 자장과 나란한 방향으로 자리잡는다’(생물학상),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정신적으로 위험한가’(공중보건상), ‘레이저 광선을 손에 쪼인 사람들이 그림을 볼 때 아름다운 작품보다 흉한 그림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통증을 느낀다’ (미술상), ‘지방의 순록이 북극곰의 가죽을 입고 위장한 인간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극지과학상) 등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가히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창의성이라 하겠다.
이러한 일들은 혹자의 푸념처럼 시간낭비일까? 학문적 경지를 이루지 못한 비주류가 주류를 조롱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10년 ‘그래핀’을 발견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안드레 가임(Andre Geim)교수는 이미 ‘개구리 공중부양실험’으로 2000년 이그노벨상의 수상 경력이 있다. 그는 “이그노벨상이나 노벨상의 연구 모두 같은 태도로 임했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재미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강조했다.
또한, 인슐린과 핵산에 관한 탁월한 성과로 두 차례 생명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항한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 1918∼ 2013)교수도 재미와 동기부여를 강조하며 “어떤 사람들은 노벨상을 타려고 과학을 하지만 내게는 동기부여가 안 된다. 나는 노벨상 수상보다 내가 한 연구가 더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혁신적인 발명을 위해서는 재미와 창의성이 중요한데 우리교육에는 단순 문제풀기에 집착하여 창의성 죽이기 교육에 몰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창의력을 죽이는 방법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라는 말이 오고갈 만큼 우리교육에는 동기부여를 위한 재미와 창의성은 없고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만이 남아 있다.
앞서 말한 ‘골드버그장치’와 ‘이그노벨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과학을 억지로 하지 않고 재미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의적이고 유쾌한 상상을 통해 발명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발명교육과 함께 많은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의발명교육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발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발명교육에는 목적 달성보다는 흥미유발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발명을 즐기게 함으로써 창의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발명교육의 기준은 영재성이 아니라 엉뚱함이다. 엉뚱함을 용인하여 유쾌하고 발랄한 창의력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다음세대 발명가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