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치장에 들어왔다 나간 유치인 A씨가 경찰청장과 대화방에 술 한 잔 먹은 실수로 난생처음 유치장을 경험한 글을 올렸다. 본의 아니게 처음 유치장에 들어와 이유야 어떻든 자살충동 밖에 없었다며 선량한 주민으로 55년을 살았는데 마치 죽을 죄 지은 것과 같은 허무감, 압박감, 내 인생이 이것 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에 인생을 포기한 순간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순간을 술회하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 9일 밤 12시경 ‘아래층 아저씨가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 112신고에 경찰이 출동하여 위층 아파트 문을 부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A씨는 문을 부순 것은 맞지만 앞서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피해를 당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자 출동 경찰관에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술을 먹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아쉬움이 큰 사건이었다.
A씨는 유치장에 입감되어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는데 근무자들이 세심한 관찰과 배려,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등 인격체로 대우해 주고 보살펴 주어 자살충동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술 한 잔의 실수로 자신과 같이 억울하게 들어오는 유치인이 있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아울러 선량한 시민 보호에 오늘도 흉악범과 맞서는 형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A씨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밤이 깊었는데 하도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고 떠들자 잠을 이루지 못한 아들이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것을 애써 참고 그렇게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간밤에 제사라 소란스럽게 해 미안하다며 내민 소박한 제사음식에 잊혀진 시골 고향 인심이 떠올라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이웃 친척이 내 핏줄 같았던 기억이 새롭다.
경기도 어느 아파트에서는 이웃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해 같은 취미를 가진 주민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각종 동아리를 만들어 이웃사촌이 되었다 한다. 층간소음으로 쳐다보지도 않던 이웃 간에 대화의 물꼬가 열리자 서로가 안부를 묻고 챙겨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살기 좋고 살고 싶은 아파트로 변신한 것이다.
이웃이 나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겠지만 어딜 가나 그런 이웃은 또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매번 이사를 갈 수도 없지 않겠는가.
불가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라 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내가 먼저 이웃에 다가가 예뻐 보여야만 남도 나를 예쁘게 볼 것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 할 우리들인데 한 순간을 뒤돌아본다면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한 우리들에게 과분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A씨에게 감사드리며, 바램대로 한 순간의 실수로 유치장을 찾는 이들에게 내 가족을 아끼는 마음으로 오늘도 진심이 담긴 대화로 대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