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쌀에 대해서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에 정부가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왔다.
정부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쌀 관세화는 누구라도 정해진 관세를 부과하고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적지 않은 논쟁이 있었다. 일부 농업인단체는 관세화유예를 지속하면서 의무수입량을 늘리지 않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고,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필리핀이 최근 5년 동안 관세화유예 연장을 한 대가로 쌀 의무수입량을 2.3배 늘리고 기타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감축을 양보한 냉엄한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 쌀산업에 영향 없을 것
우리나라도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했으며 그 결과 의무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의무수입량은 40만 9000톤이 되며, 이 물량은 국내 총 쌀 생산량의 10%에 이른다.
국내에서 생산된 쌀로 소비가 충분한데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입한 물량이 적지 않아 소비도 용이하지 않다. 수입쌀 원가는 kg당 1100원 정도인데 밀가루 가격 수준인 kg당 300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이는 심각한 재정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내산 가공용 쌀 소비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2014년 수준의 의무수입량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
미래 세대는 지난 20년 관세화유예 대가인 이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관세화 전환으로 이 비용이 추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세화가 시행되도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쌀 수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관세화 전환 시 300∼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WTO 협상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쌀 가격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쌀 가격이 국내산보다 2배 이상까지 높아지므로 수입이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한다고 하면, 수입이 늘어나서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잉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쌀의 경우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므로 생산자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고 쌀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 농업인의 불안감 해소 노력 필요
하지만, 쌀 관세화는 식량정책의 일대 전환이므로 농업인의 불안감은 클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감축될 수 있고 FTA 등 기타 통상정책으로 쌀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 결정 시 TPP 포함)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을 확인했다.
설령 대외여건이 악화돼 쌀 수입량이 급증하거나 국제 쌀 가격이 급락할 경우 관세의 1/3을 추가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특별긴급관세(SSG) 발동이 가능하므로 수입 위험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 현장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정책을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매년 몇 %씩 관세가 감축된다거나 머지않아 대형할인점에 외국산 쌀이 진열될 수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돌아다닌다.
관세화를 시행한 일본과 대만은 10여년 이상 kg당 341엔(3450원)과 45대만달러(1540원)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 오고 있다. 이처럼 높은 관세가 수입 장벽 역할을 하므로 이들 국가에서 쌀 수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업인과 대화하는 기회를 더 만들어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