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는 다수가 이용하는 해수욕장, 공원 등 특정 공공장소와 수련시설, 병원 등에서는 음주와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6월 말에 입법예고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살고 있는 곳이 밤 문화에 뒤엉킨 유흥가 지역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침에 길을 나서면 지난 밤 취객들의 토사물이 여기저기 악취를 풍기고 부지런히 이를 쪼아 먹는 까치들의 날개 짓이 요란스럽다.
집 앞에 소공원이 있어 완구용 자전거에 첫돌 넘긴 손녀를 태워 찾았다. 매일같이 공원을 청소하는 아줌마 한분을 보았건만 팔각정 주변에 소주병에다 안주를 시켜 먹은 비닐 부스러기가 뒹굴고, 가래침에다 담배꽁초가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손녀는 그네를 보고는 태워달라고 떼를 쓰지만 바닥에 깔아놓은 모래가 걱정스러워 엄두를 못 낸다. 잘못하면 길고양이나 애완견이 배설해 놓은 오물을 만지게 될까 봐 두렵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혼자 편하면 된다는 식의 아집에다 적당주의가 합쳐져 사회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팍팍한 도시생활에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조성한 도심 속 소공원을 취객들이 차지해 술판을 벌이고 아예 잠자리로 착각하곤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탓하지 않는다. 그나마 술판을 벌이고 어지럼을 피우다 가면 다행이고, 취객들의 소란에다 패싸움 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와 주류 판매 금지도 중요하지만 술 취한 상태로 공공장소에 출입해 소란을 피운다든지 잠을 자는 행위도 금해야 한다. 법학자들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하는데 법으로 이를 규정치 못한다면 시민단체와 연대해 건전한 음주문화로 정착해 나가도록 계도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출세 지향적으로 성과 위주로만 달려온 폐단 뒤에 숨겨진 부끄러운 우리 술 문화의 단면을 이번 기회에 과감히 드러내어 사회 공론화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경찰서 유치장에 근무하다 보니 입감 대부분의 유치인들은 술과 관련이 깊다. 사기나 절도 등 재산범죄를 빼고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와 공무집행 방해 등은 절제치 못한 술 때문에 저지른 일로 술 깬 이후 뉘우치며 자기를 타박하는 것을 다반사로 보았다.
저녁에도 술판을 벌이다 중간 술값 계산을 요구하는 종업원을 술병으로 내리 친 A씨와 이국 땅에서 고향 그리움을 달래다 사소한 시비 끝에 맥주병으로 찔려 입감된 외국인 B씨가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다.
적당히 마시면 살의 활력소가 되지만 과하면 패가망신에다 급기야 노예가 되어 이승을 하직하게 만드는 술. 담배만큼이나 중독성이 높아 끊기 어렵다 허나 마음먹기에 따라 음주량을 줄여 나가는 지혜로움을 널리 알려 더 이상 공공장소에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부터 나아가 우리 사회 곳곳에 토사물이 없는 길거리를 술병이 뒹굴지 않는 소공원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에 동참해 보는 즐거움 또한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