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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나이 스물 둘, 아버지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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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나이 스물 둘, 아버지를 찾습니다!
  • 김병기
  • 승인 2013.12.16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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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지난 목요일 새벽 2시 김해시 부원동 포장마차. 주인은 손님에게 “돈이 없으면 잠바 벗어놓고 돈 가져오라”고 하자, “옷 벗으면 추워 얼어 죽는다. 그냥 법대로 해 달라”는 생떼에 포장마차 주인은 112신고를 했고 출동한 김 순경은 한 눈에 사는 곳이 일정치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먹은 음식 값을 지불치 않은 체격 건장한 최씨를 사기죄로 현행범 체포했다.

혼자서 돼지두루치기에 닭볶음탕, 공기밥 2개와 소주 3병을 시켜 먹고 마음대로 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 것이다.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아 힘든 피해자로서는 기가 막혀 한숨만 내쉬면서 가족에게 연락해 재료값만이라도 받아달라고 하지만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새벽 3시 20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유치장에 입감. 언제 씻었는지 코를 찌르는 악취에다 술 냄새에 도저히 공동생활이 어렵다 판단되어 홀로 유치실에 보호하였고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이 든 최씨에게 대체의류를 제공하면서 몸 씻기를 권했다. 물소리가 들리지 않아 가보니 가만히 앉아 졸고 있어 계속 씻기를 권했지만 괜찮다며 귀찮아해 억지로 씻도록 하였다.

적은 금액이지만 상습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주거부정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딱한 사정을 안 담당형사가 속옷과 간식을 챙겨주고 유치인 보호관들이 따뜻한 격려로 관심을 보이자 처음 배정받은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나와 동료 유치인들에게 장난을 거는 등 활달한 청년으로 돌아왔고 늦은 밤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찾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는데 지금은 부러울 것이 없다며 다섯 살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고아원을 찾았고 여덟 살이 되자 다른 곳으로 옮겨져 지내다 스무 살에 말똥을 치우는 경마장에 취직을 했지만 사회적응이 힘들었다면서 부모님 얼굴은 모르지만 아버지 이름은 알고 있는데 한번 만날 수 없는지 교도소에 갔다 오면 새사람이 되어 나올 것을 다짐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남들처럼 많이 웃고 떠들 나이인 데 곱슬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애쓰는 웃음 뒤에 드리운 삶의 무게가 한없이 고단해 보이는 것은 유난히 추운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안쓰러웠다. “교도소에 가면 모든 것을 잊고 기술을 배워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용접일이나 차량수리 같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배워라. 자립을 해야만 아버지와 어머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자 어느새 물기 젖은 목소리로 꼭 그리하겠노라 다짐을 하며 구치소 문을 들어서는 뒷모습이 찡하다.

배가 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 사람의 고충을 알지 못한다. 연말이 되면 각종 사회단체등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에다 그동안 사회봉사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혹시라도 우리 주변에 배고픈 이웃은 없는지 정에 목말라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이웃은 없는지 잘 살펴, 다시는 스물두 살 청년이 아버지를 찾아 거리를 방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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