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요즘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보행 규칙 노래 구절이다. 이 복잡한 보행체제를 바로 잡기 위해 서울 송파구가 앞장서서 나섰고, 건설교통부가 교통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는 보도(9월 5일자)를 보면서 나는 평소 생각했던 나의 주장과 소회를 꼭 말하고 싶어졌다. 문화재청장이 뭐 이런데까지 관심이 있느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문화재청장으로서도 현실적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고궁에서 들어가는 사람과 나오는 사람들이 이 보행체제의 애매성 때문에 뒤엉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유적지일수록 그 혼잡상은 더하다.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이나 중국의 자금성 같이 사람이 몰리는 곳도 보행질서가 우측통행으로 자리 잡혀 있어 우리처럼 어지럽지는 않다. 우측이면 우측, 좌측이면 좌측으로 통일만 되어 있으면 걸어가는 흐름대로 가면 혼잡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들어오고 나오는 사람들이 조금만이라도 뒤엉키면 관람동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혼잡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경복궁, 창덕궁에서는 한국인, 외국인들이 서로의 통행로를 차지하려고 어깨를 스치고 밀치며 고궁을 걷고 있다. 외국인과 보행체제 달라 혼잡 빚는 유적지 뿐만 아니라 호텔의 로비, 공항의 로비에서 좌측, 우측통행으로 뒤엉키는 모습은 무질서에 가깝다고 할 지경이고, 혼잡과 밤낮으로 인파가 북적이는 인사동거리는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가느라고 정말로 세 발자국 나가기조차 힘들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나름대로 그 원인을 조사해 보았다. 좌측이냐 우측이냐는 문제는 도시의 인구 밀집현상, 그리고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사회적 질서의 하나로 부각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낳은 것은 기차와 전차가 더 먼저였다. 기찻길이 좌측으로 달린 것이 우리 교통흐름을 복잡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기차가 우측으로 달리지 않고 좌측으로 다니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몇 나라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명치유신 때부터 영국을 선망하여 일본을 동양의 영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기차 자동차를 도입할 때 영국식으로 좌측통행을 택했다. 바로 그 이유로 지금 우리는 영국과 일본을 가게 되면 자동차 오는 방향을 헷갈려 길을 건널 때 습관적으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을 살피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영국과 일본은 명확히 기차. 자동차, 사람 모두 좌측통행이다. 영국·일본 등 제외한 대부분 나라 ‘우측통행’ 그러나 미국 프랑스 독일 등 그 이외 국가들은 기차, 자동차, 사람 모두 우측통행이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만 “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짐은 오른 길”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어릴 때부터 보행규칙을 주입시켜야만 했는가?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 일제강점기가 끼어들어 이 보행문제를 혼잡하게 만들고 만 것이다. 자동차 기차가 없던 시절 우리는 전통적으로 우측보행이었다. 지금도 해마다 지내고 있는 600년 전통의 종묘 제례도 우측보행이고, <능행도> <왕세자입학도> 등 수많은 조선시대 의궤에서 행렬도를 보면 역시 우측통행이고, 단원 김홍도가 그린 <평생도> 병풍 그림을 보아도 우측보행이다. 그래서 1905년 대한제국 규정에는 우측통행을 명시했다. 그런데 기찻길이 좌측통행으로 들어오면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제가 강점하면서 조선총독부는 아예 1921년 도로취체 규칙을 일본과 똑같이 좌측통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철거된 서울 시내 전차들도 좌측으로 달렸다. 그 때는 기차, 자동차, 사람 모두 우리도 영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의 나라였던 것이다. 예외적 상황에 대한 도로교통법으로 좌측통행 고착 그러나 8·15해방이 되고 미군이 들어오면서 미국식 우측통행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찻길은 우측통행이 되었다. 미군정은 1946년 차량 우측통행을 규칙으로 명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기존의 습관대로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1962년 도로교통법이 제정돼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는 좌측보행’이 원칙이라고 규정하면서 좌측보행이 굳어지게 되었다. 사실 그 때 규정은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의 제한 규정이었다. 그 이유는 자동차와 역방향으로 보행하면 마주 오는 차는 피하기 쉽지만 같은 방향으로 걸으면 뒤에서 오는 차를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보도 차도의 구분이 없는 길에 예외적으로 적용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좌측통행을 하나의 법적 규칙인양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측통행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1999년부터 횡단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면 왜 길을 건널 때는 오른쪽으로 하라는 것인가. 그것은 보행자의 안전거리 확보에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우측통행할 때는 우측으로 건너야 그마만큼 안전거리가 생긴다. 그래서 모든 건너가는 길에는 우측으로 가라는 화살표 표시가 있다. 오랜 습성으로 외국서 본의 아닌 실수 범하는 국민들 그러나 서울거리에서 이 화살표 방향은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사람들은 왼쪽 길’이라는 강요된 습관에 의해, 그리고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복도를 걸을 때 행여 우측통행을 하면 훈육주임 한테 혼나던 기억 때문에 길바닥에 화살표가 어찌 되어 있건 말건 당연하다는 듯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좌측 우측 보행의 혼선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관광객들은 습관적으로 좌측으로 걸어가기 일쑤다. 우리들이 외국에 나가 공항로비, 호텔 로비, 박물관 로비, 그리고 유적지에서 무의식적으로 좌측통행을 하는 바람에 한국인들은 보행질서가 없는 민족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보행질서의 혼란은 금강산 관광 때 너무도 잘 나타나고 있다. 북측 감시원들은 늘 우측통행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관광객들은 습관적으로 길 왼쪽으로 붙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보행 규정의 혼란은 너무도 뿌리 깊고 가슴 아픈 부분도 있고 웃지 못할 어지러운 현상도 있다. 지금 우리의 기찻길은 모두 좌측으로 달리는데, 지하철은 모두 우측으로 달린다. 보행규정, 국제 기준에 맞춰 시정해야 사실 나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이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고 진작부터 경찰청에도 건의해 보았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박명광 의원(전 경북대 총장)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건설교통부 소관 사항인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송파구 김영순 구청장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기민하게 받아들여 연구용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십년 묵은 체증이 풀리는 듯한 후련함을 느낀다. 듣자하니 네티즌들이 찬반 투표도 하고, 인간의 습성 상 우측이 맞다느니, 왜 또 무얼 바꾸려 하느냐니 한마디씩 한다는데, 이건 그런 논쟁거리가 될 것이 못 된다. 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제 국제적인 관습에 준해서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우측통행을 해서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지도 말아야겠고, 유적지의 관람질서를 비롯하여 우리의 공공장소 보행질서도 올바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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