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鏡虛)선사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한국의 달마' 나 '제 2의 원효'로 불리는아주 큰 선승이자 만공, 수월, 혜월, 한암 등 근대 선지식을 키워 낸 큰스님입니다.
어느 날 경허스님이 제자 만공스님을 데리고 탁발에 나섭니다.
하루종일 걸려 탁발을 한 탓에 걸망에는 온갖 곡식들로 가득 차 있어서 짊어지고 가기에도 너무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젊은 만공이 스승한테 얘기를 합니다.
"큰스님, 걸망이 너무 무거워서 다 짊어지고가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 그러면 어떡하면 되겠느냐?"
"....................................."
"짊어지고 가기 어렵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걸망에 든 곡식을 버리든지 아니면 네가 너의
마음에 있는 무겁다는 생각을 버리든지...
어느 것을 버릴 테냐? 그건 네가 알아서 하거라"
우리는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곡식을 버리겠습니까 아니면
무겁다는 마음을 버리겠습니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모든 것 시절인연(時節因緣)에 걸어두고
여여히 물 흐르듯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거늘
수처작주(隨處作主)라.
마음농사 짓지 못해 "나"의 주인조차 모르는
무명(無明)중생들은 오늘도 무엇을 더 바라고
무엇을 더 얻으려는지, 잡았기에 놓기 싫은
집착 때문인지 줄줄이 절간 법당 문고리 쥐고
열심히 "관세음보살" 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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