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조 합천군수님.
군정을 보살피시느라 무척 바쁘실 줄로 압니다. '함께하는 군정, 활기찬 새합천'이라는 슬로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합천군이 여러가지 앞서가는 시책과 사업으로 타 지자체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루고 계신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결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군수님께 글을 올리는 것은 합천군에서 일어난 딱한 사연 하나를 전해 드리고자 함입니다. 며칠전 저희 신문사로 합천군 합천읍에 산다는 김윤홍 씨로부터 메일 하나가 왔습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아픈 마음이 담긴 그런 편지였습니다. 거기에는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피 맺힌 한(恨)이 구절구절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묻어야 했던 부모의 통곡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군수님도 그 내용에 대해 보고는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7월 27일 합천에서는 '제 13회 황강레포츠축제, 수중마라톤대회'가 열렸었지요? 그 행사 중에 김윤홍 씨의 9살난 아들이 사고를 당해 결국에는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답니다. 유가족은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 안전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만 했더라면 아이는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군청에서는 강의 그 넓은 지역에서 우연히 일어난 사고를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할테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후, 근 한달동안 아이가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있었는데도 군청의 누구 한 사람,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위로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가 사망하고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청에서는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볼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유가족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니 결과는 나오겠지요. 그러나 군민의 자식이, 장차 군(郡)을 빛내는 훌륭한 동량으로 자랄 어린 군민 한 사람이 군이 주최한 행사에 참가했다가 사망을 한 사고에 대해 단 한번의 병문안이나 위로전화 한통, 문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혹시 유가족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가 해서 군청 관광개발사업단에 전화를 해 확인을 해봤습니다. 담당자 역시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고 "별다른 얘기는 오해를 증폭시킬 뿐이니 긴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또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는대로 조치하겠다는 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수님. 지난 사건은 소송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어린 자식의 죽음을 두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안으로 삼켜야 했을 부모나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당연히 그 슬픔은 나누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군청으로부터 작은 위로라도 받았더라면 그 부모들이 지금처럼 삭히지 못하는 '분함'으로 이리저리 하소연을 하고 다녔을까요?
자고로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군수님이나 직원들이 김윤홍 씨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 것이며, 또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恨을, 그 서운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군수님, 주제 넘는 부탁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잃은 부모와 그 가족들을 한번 찾아 가십시오. 그리고 그간의 원망을 풀 수 있도록 한 마디 위로라도 하십시오. 인간의 죽음은 그 어느 것으로도 보상되지 않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억만금을 받는다고 한들 자식 잃은 부모들의 원한은 평생 가슴에 남아 한숨으로, 눈물로 흘러내릴 것입니다. 그들이 매몰찬 현실에서 받은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 수 있도록 한번이라도 보듬고 쓰다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실 수는 없을까요?
바쁘신 공무수행에 불편함을 드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무례함으로 불쾌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널리 혜량하시고 내내 건강과 합천군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