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녁, 푸치니 탄생 150주년 오페라 '라보엠' 갈라 콘서트가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비교적 부담 없는 비용으로 온 가족이 함께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인기가 많은 공연이었다. 그 인기를 반영하 듯 이날 1,464석의 객석은 꽉 찼다. 그러나 문제는 VIP석. 이 행사를 마련한 김해 YWCA에서는 초청한 귀빈용으로 VIP석 40석을 남겨 놓았으나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초청인사들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VIP석은 특별한 경우를 위해 마련해 두는 좌석이다. 대개 지도층이나 귀빈 등 초청인사를 위해 준비되는 곳이다. VIP석은 보통 무대 앞에 마련되어 모든 공연을 가까이서, 좀 더 멋지게 감상할 수 있어 관객들이 선호하는 좌석이다.
그렇게 보면 VIP석은 진정 공연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니아들이 앉아야 하지만 관람료가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그 자리는 늘 지역의 지도층이나 유명인사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번 공연에서도 주최측은 지역의 인사들과 행사를 후원해 준 이들을 위해 VIP석을 준비했고 감사하는 마음에 직접 초청장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이날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주최측은 공연시간 전까지 VIP석 주인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조차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 자리들은 일반 관객들에게 판매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날 공연은 표가 없어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3층으로 가서 공연을 보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못 오시면 연락해 주십시오"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참을 했고, 결국 텅텅 빈 자리를 남겨두고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돌려 보낸 채 공연은 막을 올렸다.
김해! 쉽게 하는 말로 '문화의 도시'라고 자주 얘기를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먼 것 같다. 물론 지도층 인사들이 참석해야 할 곳도 많고, 할 일도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회를 주도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공연을 보면서 평가도 하고, 시각을 넓혀 다음 공연을 위해 조언도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일은 그들이 할 몫이다.
행사를 취재하다 보면 어떤 행사에는 너무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내빈소개가 너무 길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얼굴 알리기에 별 효과가 없는 행사에는 오히려 '얼굴 감추기'에 급급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런 문화행사일수록 참석해 얼굴을 내밀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주최측은 힘이 나서 더 많은 것에 열정을 쏟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되고 반응이 좋은 공연은 다음에 더한 지원이 갈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대안이 제시될 것이다. 이런 것은 모두가 높은 분들이 해야 할 몫 아닌가?
지역의 단체에서 하는 공연이면 더욱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하지만 이들은 외면하고 있다. 전화 한통이나 간단한 문자 메세지이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다른 사람들이라도 즐길 수가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장의 이런 모습은 간혹 현장을 지켜보는 기자의 눈에는 씁쓸함만 남긴다.
소위 VIP로 대접 받는 사람들은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잘 알고 수용하고 사회의 여론을 리드하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공연장의 VIP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공연장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VIP였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음악인들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음악하는 이들에게 지도층의 작은 관심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 익숙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과 음악인들이 그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지역에서 큰소리 치는 VIP석의 주인인 인사들의 관심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일을 보면서 김해에서의 다음 공연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자못 궁금해진다.
정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