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현대인들이여 왜 싸우는가?
윤재열
수필가
중국 4대 소설 중 하나인 소설 ‘삼국지연의’는 중국을 넘어 동양의 고전이다. 소설의 방대한 양에 도중에 포기하기 십상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긴다면 그 어떤 책보다 뿌듯한 만족감을 준다.
이렇게 한 번 읽기도 어려운 책을 일부 독자는 서너 번씩, 심지어 열 번씩 읽는 마니아도 있다. 중국 고전을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소설이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시절인 위·촉·오 3국 시대를 산 사람들의 역사만 그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희망 그리고 인간적 괴로움까지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교훈을 얻는다. 오늘날 지식인들도 난관에 처했을 때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의 삶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반 사람은 물론 정치.경제.기업가들도 국가의 지도자들 조차도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의 지혜와 전략을 이용해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삼국지 속의 영웅들의 갈등과 싸움이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데도 지혜의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소설 ‘삼국지’는 원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한편의 영화로 완성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방대한 삼국지가 2008년 스크린 속에서 우리 곁에 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비, 관우, 장비의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영웅 조자룡으로 만들어졌다.
잦은 내전으로 인해 중국 대륙은 수많은 국가로 나눠진다. 백성들은 피폐해지고 고향을 떠나야 한다. 조자룡도 비천한 신분으로 고향을 떠났다. 그는 태평성대를 꿈꾸지만 세상은 평탄치 않다. 입대한 자룡은 촉나라 황제 유비의 인정을 받는다.
조자룡은 뛰어난 지략과 용기로 조조가 이끄는 위의 대군으로부터 유비의 어린 아들을 구해 용맹함을 떨친다. 자룡은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오호장군의 자리까지 오른다. 조자룡은 삼국을 통일하려는 왕의 뜻을 받들어 일생일대의 마지막 전투를 위해 진군한다.
이제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목숨을 건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노장 조자룡과 그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나라의 여장부 조영의 마지막 대결이 시작된다. 하지만 나평안의 배신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조자룡은 불굴의 투지로 전장에 뛰어들어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 선배를 제치고 최고의 장군이 되었다. 고향에서 환영을 받고 부러운 것이 없는 인생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든 자룡 장군은 일생일대의 전투를 앞두고 심각한 인간적 괴로움에 직면하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고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사람들은 성공 후에 고독과 허무를 느끼 듯 자룡은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왜 달려왔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심한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자룡은 인생이 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에서 조자룡이 던지는 자문은 오늘날 바쁘게 사는 현대인을 향한 질책처럼 들린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은 지나온 삶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지만 그 또한 그 자기 자리에서 한 발짝 나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정치인도 죽기 살기로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오직 얻은 것은 자리뿐이다. 오히려 잃은 것이 수도 없이 많다. 인간은 돈과 권력을 위해 전력을 쏟지만 결국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인간으로서 진정한 삶은 무엇일까’라는 화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지금의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