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인구 100명당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 그러나 이민자를 한국 문화에 강압적으로 동화시키는 ‘무늬만 다문화주의’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인구학적 다양성이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관용성으로 연계되고 진정한 다문화주의로 진화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고려대 윤인진 교수는 이 같은 물음에 “다문화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것을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의 융합”을 제시했다. | | 윤 교수는 “우리의 문화, 외국의 문화를 살펴봐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며 “이런 사례들도 현시대에도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곧 글로벌사회로 가는 것이고,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문화 수용정책과 관련 “우리 정부의 외국인 정책 성과로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 심의·조정기구 설치, 총괄추진 기구 설치 등의 정책의 총괄추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정부정책에도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 “불법체류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동화주의 정책을 여전히 가지고 있고, 정부 부처 간 중복투자와 경쟁관계에 있으며, 재외동포정책의 동포차별 문제, 일관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다음은 고려대 윤인진 교수의 강연 및 시민과의 대화 내용이다. <강연내용> 지난 6월 12일에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이 주최하는 결혼이민자 정착 사례발표가 있었다. 그 사례 속에서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의사소통, 문화차이, 날씨 등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과 결혼하여 우리나라에서 살게 되었을 때 적응하기 굉장히 힘든 환경이라는 것이다. 결혼 후, 이민을 와서 정착에 성공을 한 외국인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고, 오히려 적응하지 못해 자살에까지 이르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나타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는 “ 인구 100명당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인 대한민국이 사실은 '무늬만 다문화주의'” 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국제결혼의 이혼 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 1866건에서 2007년에 8828건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이혼의 사유가 가족 갈등, 통역, 법률, 체류, 가정 폭력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에 다문화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다문화주의란 한 사회 내 다양한 인종이나 민족 간의 문화를 단일한 문화로 동화시키지 않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하게끔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이념체계 및 사회정책을 가리킨다. 또한, 이 다문화주의는 한 사회 내의 모든 인종, 민족 집단들이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정치와 공동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여러 인종, 민족 집단들이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속해있는 국가와 사회에 대해 소속감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다문화사회를 살펴볼 때, 인구학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관용성의 3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을까? 이것을 수치화해보기 위해 “인구학적 다양성에서는 인구구성비와 에스닉 공동체”를 하나의 지표로 둘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에서는 문화소비패턴과 에스닉 언론매체”를 둘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관용성에서는 태도 및 가치관과 행동양식, 그리고 법과 제도”를 지표로 두고 있다. 이런 조건들을 확인했을 때 그 사회가 얼마나 다문화사회인가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체류 외국인 수가 현재 100만 명을 넘어서 인구 구성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증가 추세로 보아 2050년에는 9.2%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이유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국제결혼 이민자의 증가부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결혼을 해서 이민을 했을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되는 것이고, 또한 이들의 자녀가 바로 우리의 다음세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문화소비패턴 중에 영화와 음식점 부분을 봐도 외국인 정착자가 늘어가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비패턴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문화주의사회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인구학적인 다양화만이 이뤄지고 있을 뿐, 문화적 다양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인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 무엇인가?’ 라고 설문조사를 했을 때, 1. 한국에서 태어나는 것 2. 부모가 한국인인 것 3. 한국 국적을 갖는 것 4.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 등으로 조사가 되었다. 여기서 1,2번은 선천적인 것, 3,4번은 후천적인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한국인임을 느끼는 것,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 등 혈통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후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고방식을 국민들이 갖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글로벌화 순위는 28위로 상당히 낮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글로벌화 의식수준이 배타적이고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 주최의 불법체류자 단속 지지 집회가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열렸다. 이는 아직까지 이민자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이 거부감을 크게 갖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민자를 지원하고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 각 부분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 정부에서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좀 더 진보하고 활성화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러한 행사의 문제로 일회성적인 행사로 끝나는 성향이 많고, 우리 문화를 알려서 마치 외국인들을 ‘한국사람 만들기’식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아닌 진정한 다문화주의를 이룰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외국인 정책 성과로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 심의·조정기구 설치, 총괄추진 기구 설치 등의 정책의 총괄추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정책에도 문제는 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동화주의 정책을 여전히 가지고 있고, 정부 부처 간 중복투자와 경쟁관계에 있으며, 재외동포정책의 동포차별 문제, 일관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구학적으로는 우리가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낮고, 사회적 관용성 부분에서는 일부는 포용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아직도 폐쇄적인 부분이 남아있다. 다문화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것을 새로운 자원이라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의 융합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화, 외국의 문화를 살펴봐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사례들도 현시대에도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곧 글로벌사회로 가는 것이고,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시민과의 대화> 시민 : 불법 이주민자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윤인진 : 미국 사례에서도 비시민권자들의 자녀들이 교육이나 여러 환경 속에서 굉장히 불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그런 부분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사회학적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 다만 우리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합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 : 외국인 여성이 시집을 와서 자식을 낳았을 때, 모국어를 쓰지 못하게 하게 해서 엄마와 자식간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윤인진 : 맞다. 이민자 여성들의 대부분이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 국제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대부분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다. 여기에 의사소통의 문제로 교육까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원봉사자나 정부의 도움으로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 :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단속해야 하지 않나? 다문화주의의 긍정성을 얘기하셨는데 불법체류자로 인한 범죄율이 늘고 있는 등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지 않나? 윤인진 : 단속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좀 더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자는 의미이다. 시민 : 우리나라의 다문화주의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과거 로마나 미국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인가? 윤인진 :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로마는 자기 민족들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나라 문화에서 포용함으로써 대국을 이룩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상대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가지고 수용함으로써 다문화주의를 완성해 나간다면, 향후 엄청난 잠재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시민 :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다보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퇴색될 우려도 있지 않은가? 윤인진 : 문화적 계승이란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