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명소 부원동 새벽시장 14년 만에 사라질 위기
새벽시장 부지매각으로 9월 중 복합건축물 신축예정, 정든 자리 비워줘야
상인들, 갈 곳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시민들, 부산시민들까지 경전철 타고 와서 시장 봐가는 김해명소 유지해야
김해 새벽시장이 성업하고 있는 위치는 김해시 부원동 606-3번지 일원(4천여㎡)의 옛 김해시외버스터미널 자리다. 이곳의 시외버스터미널이 1999년부터 내동 현 위치로 이전하기 시작하여 2001년 5월에 완전히 이전하였다.
부원동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수십 년 동안 각종 채소류 등을 팔던 노점상(난전)들이 비어가는 터미널 자리로 밀고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김해 새벽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새벽시장은 소문이 나면서 오일장 상인들과 동상동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모여들면서 현재와 같은 대형 새벽시장이 탄생했다.
1999년 경제위기(IMF)로 도산하는 기업과 폐업하는 중소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실업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당장 자녀교육문제 생활문제 부모 부양문제 등으로 실의에 빠진 가장들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다녔지만 그들을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
모두가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가고 있던 실정이다 보니 신규 채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러한 급박한 나라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김해 새벽시장은 낙담한 시민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
일부 실업자들이 직업을 찾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앞치마를 두르고 새벽시장으로 뛰어들어 생선도 팔고 과일, 채소, 반찬, 호떡,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팔기 시작하면서 생활고를 견뎌내기도 했으며 자녀들 교육과 노부모 부양까지 가정의 생활안정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는 상인들이 대다수다.
여기다 시골의 노인들이 이고 지고 온 토종 농수산물과 채소 등은 부산에서 트럭을 몰고 온 중 도매상인들이 싹쓸이 해 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새벽 6~7시경 금강병원 앞 버스정류장과 농약방 건너편 저축은행 앞 시내버스정류장에는 시골에서 노인네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보따리 보따리 싣고 와 버스에서 내리기 바쁘게 부산 도매상인들이 보따리 주인들에게 가격흥정도 하기 전에 일단 그 보따리부터 먼저 차지 하기위한 보따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서로 사가겠다고 자기들끼리 타투기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큰 보따리 주인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리는 노인네들은 판매하고자 하는 채소와 곡류들을 조금씩 보자기에 싸서 들고 이고 지고 내려 적당한 자리에 풀어놓고 앉아 판매를 한다.
이처럼 새벽부터 시내버스를 타고 온 보부상 노인네들만 새벽시장에 1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없는 것 없는 새벽시장, 싸고 싱싱한 생선과 채소, 과일을 비롯한 판매하고 있는 종류만 5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천원 이천 원,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 정이 넘친다. 핵가족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신랑각시 두 사람이 먹어야 하는 채소류 등은 단돈 천 원어치도 많다. 때문에 5백원 7백 원어치만 달라고 애원하는 신혼주부들도 많다.
딸 같고 손녀 같은 색시들의 사정을 잘 아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그래 남는 것 없지만 주야지 우짜갯노"라며 비닐봉지에 한 움큼 담아준다. 규격화된 대형유통 점과 새벽시장 전통시장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김해지역에서 생산된 온갖 채소와 제철 과일이 쏟아져 나온다. 부원 새벽시장은 변변한 건물이 없는 난전이지만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김해 북부동과 어방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 주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경전철이 다니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게 주효했다.
부산 도시철도와 환승할 수 있는 사상역과 대저역, 강서역 등에서 경전철을 이용한 부산지역 주부와 상인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나들이 겸 구경도 하고 먹거리도 즐기면서 살거리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꿈과 희망을 열어가는 행복 터전이요, 시민들에게는 볼거리 구경거리 먹거리가 있는 명소이자 무엇이든지 싸게 살 수 있는 고향 같은 정이 넘치는 즐거운 장터이기도 했다.
이처럼 오늘날 새벽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고 실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던 삶의 터전 새벽시장이 있기까지는 이 토지의 소유주인 김해시의회 전 의장이었던 박용일 씨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용일 전 의장이 상인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상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자리를 임대해 주면서부터 새벽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새벽 3시만 되면 상인들이 당일 판매할 상품들을 가지고 와 진열을 하고 다듬기도 한다.
주변 상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을 배려하여 대체적으로 오전 9시에서 10시가 되면 새벽시장은 접는다.
경전철 개통으로 김해시민들이 경전철을 타고 부산 사상으로 쇼핑을 가는 빨대 현상도 부원동 새벽시장 활성화로 멈추게 하는 효과를 가져 왔으며 역으로 부산 시민들이 부원동을 찾는 역 빨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낙후된 부원동 상권도 점차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변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해 새벽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SNS의 발달로 부산ㆍ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에 알려진 김해의 인기명소가 된 새벽시장을 그냥 사라지게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 주변으로 연계하거나 적당한 장소를 마련하여 전통을 이어 가게 했으면 한다.
대형 마트가 시내 곳곳에 들어서면서 소량으로 경작하는 농민들의 농수산물은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비해 노인 소일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 노인들의 자급자족 현장이며 즐거운 희망 장터인 새벽시장은 꼭 존속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한 곳에서 싱싱하고 싼 농수산물과 생활필수품을 살 수 있다는 자체가 서민들에게는 든든한 의지처가 되는 것이고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 새벽시장,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늘 생동감 넘치는 난장 새벽시장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잡게 하는 현장이기도 하기에 꼭 존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