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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에서 순서를 지켜달라는... 호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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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에서 순서를 지켜달라는... 호로자식?
  • 조유식취재본부장
  • 승인 2008.07.14 0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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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단체활동을 한참 하던 때다. 회원의 부친이 돌아가셔서 장지인 모 화장장까지 따라갔다.

그때는 시설도 열악하였지만 화장장도 많지가 않아 김해사람들은 대부분 부산이나 마산화장장을 이용했다. 화장을 하기 위해서는 화장장 한참 아래에 있는 동사무소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관리사무소에 제출하거나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발급받아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화장을 하기 위해 도착한 운구차와 상주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몇 시간씩 자기 차례를 기다릴 때도 있었다.

필자도 버드나무 아래서 수많은 운구 차량에 실려 온 시신들이 하얀 연기를 내며 새로운 세계로 훌훌 날아오르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기도 했다. 흰 보자기에 담긴 한 줌의 재를 남기고 세상 고통 다 버리고 인연 따라 사라져 가는 영혼들을 말이다. 연고자가 없는 시신들은 흰 천에 싸서 2~3구씩 한꺼번에 화로로 밀어 넣는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했는데 죽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보리심.발보리심.발보리심. 영혼은 나이가 없다고 하니 가시는 길, 많은 다른 영혼 벗 삼아 고통 없는 극락세계에서 왕생하소서"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올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으니 참으로 불공평한 것이 세상살이다. 그래서일까? 화장장에서는 순서 즉 차례 따위는 별 중요치 않은 모양이다. 가끔씩 보면 운구차가 먼저 온 순서대로가 아닌 구비서류 위주로 화장을 하는 모양이다.

서류가 조금 미비하면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기도 한다. 눈치 빠른 장의 기사들은 상주에게 특별 웃돈을 받아 관리직원에게 주고 새치기도 한다. 이러한 관경을 지켜보고 있던 부모상을 당한 상주 한 사람이 고함을 지른다. 우리보다 한참 먼저 와 있던 이 상주는 관리과장인가 소장인가 하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호통을 친다.

"야... 이놈들아. 우리는 2시간 전에 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째서 조금 전에 온 저 시신부터 먼저 화장을 하노? 이렇게 새치기해도 되나?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운구차부터 순서대로 해야 될 것 아이가. 이 나쁜 놈들아" 이에 멱살을 잡힌 관리직원은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상주하고 싸울 수도 없어 연신 "미안합니다. 빨리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이소"하며 사정사정 한다.

언뜻 생각에 "참 옳은 이야기다. 상주 옷 입고 저렇게 자기 권리를 찾겠다고 주장하기 힘든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이 머리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옆에 계시는 70세 정도로 보이는 두루마기 걸친 어르신이 혼자 말처럼 한마디 하신다. “저런, 천하에 호로자식, 지애비 지애미 화로에 먼저 안 거슬려 준다고 저 지랄을 하다니... 에이.”

아... 그래, 맞구나. 비록 운명하신 시신이지만 한 시간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것이 자식들의 마음이어야 하고 도리일진대 삼년상은 고사하고라도 몇 시간 정도를 참지 못하다니...

그 노인의 말 한마디에 필자는 크게 깨우쳤다. 세상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차례와 순서를 무시할수록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순서를 무시당할수록 효자가 된다는 것도 말이다.

역시 어르신들은 나라의 보배요. 우리들의 참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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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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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6 22:30:16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키는애환을 글로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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