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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마울 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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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마울 때가... ”
  • 조유식취재본부장
  • 승인 2007.10.2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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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가 오십 평생 살면서 이렇게 고마운 경우는 처음이랑께요.”
오후 햇볕이 따사로운 광주의 가을. 김영실씨(55세·본인요청으로 가명사용)가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열어줬다. 그녀가 이렇게 반겨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던 터였다. 연이은 불행으로 김씨와 가족의 삶은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었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뻗어왔다.

“이렇게 고마운 경우는 처음”
김씨의 남편이 병으로 쓰러진 것은 지난 8월 27일. 수년 전 부부가 함께 꾸려오던 식당이 파리만 날리다 끝내 문을 닫고, 식당 운영으로 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빚쟁이들이 날마다 찾아와 괴롭혔다. 그래도 평생 큰 병원 신세 한번 지지 않았던 남편이 있었기에 ‘몸뚱아리 튼튼하면 뭘 해도 먹고는 산다’며 마음을 다시 다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이 덜컥 쓰러지고 말았다.

그저 속이 더부룩해서 동네병원에 몇 번 들락거릴 때만 해도, 김씨와 남편은 그것이 암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병세가 나아지지 않자 전남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직장암 그것도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받았다.

“그 얘기를 듣는데, 시방 앞이 캄캄하고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고요. 먹고 살만한 친척이 있어서 도와달라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고, 자식이라고는 아들 하난데 군대 갓 제대해서 집에서 쉬고 있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매일같이 눈물만 찍어내던 김씨는 어느 날, 사람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나라에서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런 좋은 게 있으려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동사무소엘 찾아갔지요.”

구청직원의 신속한 대응, 세 식구 숨통 트여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영실씨의 사정을 들은 동사무소가 광주 남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직원 최현숙씨를 연결시켜 줬고, 즉시 ‘긴급지원 대상자’로 결정됐다. 긴급지원 여부의 결정은 거의 대부분 현장에 달려온 구청직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지원을 하느냐 마느냐를 서류상으로 검토하는 사이에도 환자는 죽어가고, 급작스레 위기상황에 놓인 주민들의 형편은 급속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광주 남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최현숙씨(사진 왼쪽)가 긴급복지 지원대상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속하게 결단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 ‘선지원·후심사’야말로 이 긴급지원제도의 도입취지이자 최대 강점이다. 지원형태는 주로 의료지원과 생계지원으로 나뉜다. 최현숙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김영실씨 가족은 실질적으로 수입원이 없는 상태였고, 수년간 빚에 쪼들리면서 입원비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었어요. 일정한 거주지도 없이 당시에는 처제집에 얹혀 살고 있는 처지였습니다. 남편의 수술비는 엄두도 못내고 있었구요. 곧바로 긴급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지원 후에 재산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해봤는데, 제 판단이 옳았습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훨씬 경제상태가 나쁘더라구요.”

광주 남구청의 신속한 판단과 대응 덕택에 김씨 가족은 숨통을 트게 됐다. 수술도 했고, 작지만 월셋방도 마련해서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며칠 전에 용돈이라도 번다면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보건복지콜센터 129로 전화하면 필요한 긴급복지지원 서비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 받을 수 있다. <사진:홍보지원팀>

“꼭 재기하고야 말겁니다!”
멀쩡한 중산층 가정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가장이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 식구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기도 한다. 강석현씨(37세·본인요청으로 가명사용)는 광주 지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보통신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사랑스런 아내 귀여운 두 딸과 함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은 그의 오른쪽 반신을 앗아가버렸다.

급히 수술을 했지만, 언어장애가 왔고 아내가 대소변을 받아내는 생활이 계속됐다. 사업체는 폐쇄됐고, 빚 때문에 집도 처분했다. 하는 수 없이 강씨 부인의 언니네 집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게 됐다. 무려 9명의 대식구다. 강씨의 부인 정유진씨(가명·37세)는 지난 4월 긴급지원을 받았던 때를 회상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뇌출혈이라고 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수술비며 치료비, 재활치료까지 해야 한다는데, 정말 막막했습니다. 당시가 우리 가족에게 최대의 고비였습니다. 남구청의 주민생활지원과의 문병하씨를 만나서 긴급지원을 받은 게 그 때였는데요, 정말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혜택을 받아보니까 알겠더군요. 우리 공무원들 정말 빠르고, 친절합니다. 배려가 느껴졌어요.”

“우리 공무원 정말 빠르고 친절합니다”
강석현씨는 나이가 젊고 재활치료에 열심이어서 ‘대소변을 받아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병세가 호전되고 있었다. 어눌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 물론 예전처럼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엔 아직 무리다. 그러나 강석현·정유진 부부는 놀라울 정도로 씩씩했다.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쳤지만 국가의 지원을 적기에 받아 고통을 이길 힘을 얻은 듯 했다.

‘얼른 완쾌하셔서 다시 사회로 복귀하셔야죠’라고 했더니 강석현씨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대답했다. “그럼요. 꼭 다시 재기할 겁니다!”

2006년 3월 24일부터 시행된 긴급지원사업 분야에서 광주 남구청의 긴급지원을 담당하는 팀(서비스연계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올려왔다. 전국 대부분의 구청들은 긴급지원 담당자를 1명만 두고 있어서 1년 예산의 20%도 채 쓰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 남구의 경우 3명의 담당자를 배정해서 2006년 긴급지원 예산을 전부 투입했다. 그 돈은 모두 위급한 상황에 몰린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팀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덕분이다. 그들은 이것을 ‘발굴’이라 불렀다.

최고의 복지서비스, 그러나 인력 한계
많은 복지 전문가들이 차상위계층을 두고 “국가복지의 사각지대”라며 우려해왔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지만,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아플 때 순식간에 극빈계층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긴급지원사업은 정확히 그 ‘빈 구멍’을 메우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선진국들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 179억여 원, 2007년 8월 현재 204억여 원의 국비를 시도별 상황에 따라 긴급지원자금으로 집행했다. 전국적으로 4만6744건을 긴급지원했고 모니터링을 통해 ‘이혼으로 인한 생계곤란’ 등을 위기상황 항목에 추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왔다.

불과 1년여만에 긴급지원제도는 선지원·후심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복지지원의 신속성이 두 배, 세 배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평가다.

일부 언론은 정부가 ‘큰정부’를 지향하면서 무턱대고 공무원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늘어난 공무원의 84%는 교육, 치안, 복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사회서비스 분야 인력이다. 그중 긴급지원제도와 같은 국민의 보건·환경 분야 공무원은 3368명으로 증원 인력의 6%를 차지한다.

늘어난 공무원이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국민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막무가내식 비판’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지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지원제도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좋은 제도를 뒷받침하기엔 아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광주남구청의 이정남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주민들의 체감 만족도가 높은 복지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공무원 스스로도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구요.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현장에서 뛸 인력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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