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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친구야!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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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친구야! 나 배고파~"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08.05.2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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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선출직 의원이면서 상당한 재력을 자랑하는 한 친구가 '아들을 장가보낸다'면서 청첩장을 보내왔다. 축하할 일이었고 더욱이 청첩장 말미에 '축의금은 사양한다'는 글귀가 있어 필자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객지에 와서 자수성가한 사람답게 공인으로서 처세를 잘하는 것이라며 이 친구를 아는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칭찬은 얼마 가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결혼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이 친구가 지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 축의금 대신 축하화환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었다. 이 전화를 받은 지인들은 '예식장을 썰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나에게만 부탁을 하나보다' 생각하고 화환을 보내기로 하였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친구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 친구 하는 말이 "화환은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일괄 주문할 테니 나중에 돈만 보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번거로움을 줄여 줄 요량인가 싶어 고마운 마음으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결혼식 날. 결혼식장인 부산시 소재 특급 예식장을 찾은 지인들과 하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넓은 예식장 좌우를 가득 채운 내로라하는 지역인사와 기업체 명의로 된 '결혼을 축하한다'는 고급 화환 100여 개가 하객들을 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0여 분의 예식을 빛내기 위해 1천여만 원의 돈을 들여 저렇게 허례허식을 했어야 했을까? 축의금 안 받는다더니 축의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인들에게 강제하여 이런 식으로 자기를 드러내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허망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돈, 명예, 가질 것 다 가진 사람이 무엇이 부족하여 저렇게 보여주기 위한 허세를 부려야 할까? 화환 대신 차라리 축의금을 받아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전달하였더라면 두고두고 칭송을 받을 텐데...

결혼식이 끝나고 난 며칠 뒤, 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환값 10만 원을 보내달라고... 그리고는 자랑이 늘어졌다.

그날 축하화환이 100여 개나 되었으며 하객이 너무 많이 와서 좌석이 모자라 그냥 돌아간 사람들이 절반이나 되었다고...(그렇지. 자랑거리는 되겠는걸? 그렇지만, 정말 그렇지만 뒷전에서 여러 사람이 수군거리는 것이 과연 자랑거리가 될까? 그걸 이 친구는 잘 모르나?)

100여 명의 화환을 보낸 주인공들은 축의금보다 비싼 돈을 내고도 피로연 밥 한 끼 못 먹고 쫄쫄 굶은 채 허탈하게 돌아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자랑거리가 많았을까?

예식장 앞에 늘어선 꽃만 보이고 하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단 말인가? 지금도 그 결혼식을 생각하면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야... 이 친구야!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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