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매일 PDF 지면보기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최근 김해종합뉴스
행복1%나눔재단 희망캠페인
함께해요 나눔운동
時도 아닌 것이
행복밥집
TV 방송 영상
커뮤니티
다시보는 부끄러운 김해 현장
서예가 碧岩 허한주 선생
상태바
서예가 碧岩 허한주 선생
  • 박무준 객원기자
  • 승인 2011.05.24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느림의 미학 속에 감춰진 우리 시대 가장 필요한 여유를 만끽하다
   
 

서예는 일반인들에게 재미없는 예술활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문이라는 딱딱한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것도 괴롭고 시간은 어찌나 안 가는지 붓을 든 시간이 고통 그 자체이다.

것이 현대인들이 서예를 서예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서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느림의 미학 그 진수를 보여주기에 현대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문화예술 활동이다.

김해 서예계의 대들보이신 벽암(碧岩) 허한주 선생의 서예론을 영남매일이 직접 찾아 들어보았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예술활동이 그의 손끝에서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게 펼쳐졌는지 지금 함께 살펴보자.

 

 
   

삶 속에 녹아있는 느림의 미학

 허한주 선생은 현대사회에서 서예의 매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급변하는 시류에 컴퓨터나 통신 모두 가시적 효과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현실이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서예를 한다는 것은 직접 쓰지 않아도 한 폭의 서예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 정서가 중요합니다. 또한, 작품 속에 담긴 글 뜻을 파악함으로써 즐기고 자신으로 돌아와 마음으로 즐김으로써 생각과 감정, 정서를 맑게 하는 이 세 가지 매력이 있습니다 현대인의 갈증과 결핍을 채울 수 있고 무거운 짐들을 비워낼 수 있는 삶의 방법, 바로 서예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독특한 의미를 허한주 선생은 무언으로 일러주고 있다.

단순히 행위에서뿐만 아니라 2차적으로 스쳐 지나간 많은 현재의 순간을 기억해내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소중한 것들을 음미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이 바로 서예라는 것.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이자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서예는 선생이 살아가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사람다운 삶, 인간의 삶의 질을 서예를 통해 고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허한주 선생의 침착한 여유로움. 그것에서 오는 서예가만의 느림의 미학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예는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울과도 같다

허한주 선생은 같은 스승을 둔 제자들이라도 서예에서는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글은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기에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글의 문장은 진정한 자신만의 문장이 아니라는 것. 이는 추사체나 석봉체는 그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서체였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이것은 예술가들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실이다.

   
 
  서예가로 활동하며 받은 여러가지 자격증과 상장들.  
 

문방사우만 갖추면 어디든 무엇이든 종이가 되는 자유로운 예술

서예는 문방사우만 갖추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을 허한주 선생은 내세운다.

한석봉이 돌에다 글을 썼듯이 붓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자기계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선생은 이러한 부분에 서예가 도움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예를 통해 인내심과 기다림을 배운다.

느림의 미학과 그 뜻이 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서예를 하면서 인내심과 기다림에 대해 배우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흔히 서예가들 사이에는 서예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야 서원의 문턱을 밟고 또 3년이 지나야 서원에 들어갈 수 있고 마지막 3년이 지나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하루 한순간에 쉽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서예이다. 그만큼 수만은 인내심과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배워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 글에 아쉬움이 많다

선생은 자신이 서예가로서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라고 겸손을 내비쳤다. 그는 항상 자신의 작품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1년에 10회 이상 출품을 하고 20년이 넘게 작품을 내놓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작품에 만족한 적이 없다니 서예가로서의 승부욕은 이순이 훨씬 지난 연세를 생각하면 기립 박수를 쳐도 당연할 듯하다.

선생은 손이 떨리면 붓을 놔야 한다는 서예가로서의 신념도 가지고 있다. “서예가가 손이 떨린다면 이미 서예가로서의 삶은 끝난 것이지요. 그때가 되면 미련없이 붓을 놓겠습니다.”

망중한, 젊은이들에게 서예를 즐기며 느림의 미학을 맛보는 기회 주고파

망중한, 바쁜 시간에 잠시 얻어낸 틈이라는 뜻의 문장이다. 선생은 젊은이들이 ‘망중한’처럼 아무리 바빠도 잠시 틈을 내어 서원에 나와 서예를 접해보길 원했다. 실제로 선생의 서원에는 버스기사도 서예를 하러 온다고 한다.

이 버스기사는 빠르게 한 정거장 두 정거장을 달리며 쉴 새 없이 버스를 운행하지만 쉬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서예에 몰두하고 있다고 선생은 “그런 버스기사야말로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는 모습 아니냐?”라며 “여유로운 사람은 없다. 다만, 이 버스기사처럼 여유로움을 만들 줄 아는 자는 그 자체로 여유로운 것이다.”라며 “젊은이들에게 서예를 즐기며 느림의 미학을 맛보는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일본에서 열린 국제미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받은 상장.  
 

사교육에 밀린 인성교육 서예

서예는 학교에서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어서 운영된 적이 없고 취미활동 정도로 여겨진다.

이는 한문이 글로벌 시대에 영어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더욱 심하게 드러났다.

아이들 중 취미생활도 서예를 즐기는 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쓸 줄도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사교육에 밀려버린 서예의 현주소이다. 아이들의 지식적인 역량 쌓기에 올인한 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에 정작 중요한 인성교육은 빠져있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요즘 세대들의 부정적인 성격은 이 사회 모두의 문제라고 선생은 지적한다. 국가에서 이름으로 쓰이는 성으로 등록되어있는 한자 조차도 교육부와 법무부가 따로 지정하고 있는 상황에 한문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예가로서 한자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심각한 상황에 국가적인 차원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이상 서예가들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선생은 우려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는 한문 권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어휘 자체도 한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서예라는 예술 장르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장르이다.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파헤치고자 한문을 연구한 것처럼 한문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 속에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한문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도록 서예라는 예술 장르의 지원과 발전도 계속 되길 기원해본다.

약 력 : 개인전(김해문화원), 한국서화 예술대전 특선 3회 및 입선, 국제미술 창작회 은상1회 및 특선 2회, 율곡상(07), 한국예총 경남지부 공로상 수상(05), 추사상(03), 설송문화상(02),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전 外 초대, 단체전 다수
현: 한국미협, 김해미협 고문, 김해선면협회 고문, 벽암서실 운영

 우인식 기자 / 박무준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