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파트라고 하면 꼭 닫힌 문, 도시냄새 나는 건물, 바로 앞집 사람도 모르고 지내는 개인보호주의, 각박한 인심 등이 연상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부질없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파트가 있다.
바로 김해시 외동에 있는 동일아파트. 총 375세대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벌써 김해 전역에 소문이 났다. 내외동 동민 행사가 있는 날이면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와 참가자가 모이는 아파트라고…. 우애가 있고 단합이 잘 된다는 말이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아파트 입구의 담장을 허물고 장미와 피라칸사스 등의 조경수로 울타리를 둘러 성냥갑 같은 답답함을 없앴다. 고향마을 같은 훈훈함이 아파트 전체에서 퍼져 나온다. 입주민 모두가 한마음을 이뤄 이웃 간의 정을 나누고 살다 보니 모두가 형제이고 모두가 친척이다.
이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내 생활공간을 입주민들이 편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유휴공간들을 활용해 서예교실을 열고 헬스장을 만들고 탁구장을 설치하여 모두가 배우고 즐긴다. 입주민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하다보니 누굴 만나든 언제나 웃는 낯이다.
이 아파트의 자랑은 서예교실이다. 추사협회 추천작가 겸 초대작가로 활동 중인 서예가 화암(華岩) 장환성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어느 누구든, 어느 지역에 살든 아무런 제약이 없이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특별한 회비 하나 내지 않고 그저 붓 한 자루만 들고 가면 붓글씨를 배우고 연습을 할 수가 있다. 서예교실 벽면에는 배우는 수강생들의 작품들이 전. 예. 행. 해서로 쓰여 쭉 걸렸다. 회원은 20여 명이지만 여기서 배운 수강생 중에는 추사협회대전에 입선한 사람이 있기도 했다.
또 하나의 자랑은 부녀회의 빛나는(?) 활동이다.
부녀회(회장 백숙기)에서는 매달 1회 이상 노인정에 식사와 다과를 제공한다. 또한, 한해 두 번씩 효도관광을 보내 드린다. 작년 봄엔 거제도를, 가을엔 전라도 순창 선운사를 다녀왔다. 매년 재활용 바자회와 음식판매 행사 등을 열어 기금을 마련한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관내 불우이웃돕기와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쓰이고 있다.
부녀회의 열정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항상 부지런하게 발로 뛰며 몸소 실천을 앞세운다. 봄이면 부녀회원과 통반장 그리고 노인회와 관리사무소에서 공동으로 조경수 식재 및 잡초제거 등 아름다운 단지를 만들고자 매년 화단 가꾸기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늦가을에는 관리사무소와 협조, 생산지로부터 김장재료를 직접 구매하여 공동으로 김장김치를 담가 입주민들에게 싼 가격에 제공한다.
이러한 조금은 유별난 이웃으로 사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한 데는 입주 초기부터 입주자 대표회의의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장기 독재(?)하고 있는 김진수 회장의 공이 크다.
김 회장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를 건축, 회계, 조경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하고 의견들을 내어 아파트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되고 서로 정을 나누는 지역공동체로써 유지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다.
"출입문이라는 게 별것 아닙니다. 처음엔 아파트 주변에 낮은 펜스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출입문으로 다니지 않고 그걸 넘고 다녀요. 그래서 많이 다니는 몇 곳을 뚫어 버렸습니다. 편하게 다니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모델이 됐는지 요즘 아파트는 출입문을 많이 내잖아요" 김진수 회장의 설명이다.
동일아파트에서는 매달 라인별 반상회를 연다. 입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이 개진하면 이를 모아 통, 반장회의 통장(김경라)을 거쳐 입주자 대표회의에 상정된다. 이렇게 해서 검토를 마친 의견들은 바로 실행에 옮겨진다.
이 아파트는 대표회의 회장과 부녀회장, 통장, 노인회장, 관리사무소장(박세관)들이 매달 한 번씩 모여 단지(團地) 내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처리하여야 할 사안들을 결정한다. 이렇다 보니 아직 단지 내의 자생단체와 입주민 그리고 관리사무소가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래서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이 언제나 찾고 불편함을 알리고 쉬었다 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으로 변했다.
"참 살기 좋은 아파트입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넓은 공원이 있지요, 도서관도 있지요, 보건소도 가깝지요, 버스 터미널 등 좋은 조건들을 말로 다 표현을 못 합니다." 탐방하는 기자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 회장의 연이은 자랑이다.
동일아파트는 김해시 보건소, 사회복지관, 도립김해도서관, 국립김해박물관 등이 인근에 있으며, 아파트 앞으로는 나비공원들이 있어 항상 맑은 공기와 푸근한 휴식처를 제공한단다. 임호초등, 임호중, 가야중, 가야고 등 학교들이 인접해 있어 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더한층 좋은 교육환경이다. 또한, 학교정화 구역 내에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어 학생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흥업소들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웃으로 모여 서로 마음 합하고 정(情) 나누며 옹기종기 살아가는 아파트.
'너'도 없고 더욱이 따로 내세우는 '나'도 없이 형제로, 친척으로 사는 아파트.
계절도 잊은 따스한 겨울 햇볕이 동일아파트를 비추고 있었다.
이균성 기자 kslee473@y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