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피해보상과 지원을 위해 관련 법률 대폭 수정 필요
부산에 비해 장기간 김해시민 불이익, 무관심의 결과
김해공항에 인접해 거주하거나 생업을 이어가는 김해시민들은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으로 인하여 다양한 유무형의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시 산하 공항소음대책주민지원센터에 따르면, 공항 인근의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 때문에 호흡·맥박 수 증가, 계산력 저하,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청력장애 등과 같은 스트레스에 따른 삶의 질 저하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관련 법률에 따라 토지와 주택의 용도, 설치, 증개축의 제한으로 재산권의 침해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공항소음법)에 따른 보상은 사회복지, 체육, 교육문화, 공동작업장, 공동영농, 일자리창출 등의 사업과 국토부 장관이 주민 복지증진과 소득증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만 국한한다.
그러나 실제 지원내용은 방음 및 냉방시설 설치, TV수신료 지원, 냉방시설의 전기료 일부 지원 등으로 국한되어 오다 2018년 들어 김해시는 실무자들의 노력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시설 개보수, 장학사업 및 농기계 임대료 지원사업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마저도 소음대책인근지역 중심에 있는 동상동, 회현동, 부원동의 경우에는 5% 내외 만이 대학생이고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지극히 소수여서 장학금 지원사업이나 농기계 임대료 지원사업도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남의 일이다. 게다가 방음 및 냉방시설 설치, TV수신료 지원, 냉방시설의 전기료 일부 지원은 불암·활천동만 대상이 된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 고유 예산으로 실행되어야 할 조명교체, 벽화작업, 화단정비, 안길포장 등 공공시설 개보수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김해중부경찰서 앞 도로 재포장사업, 회현연가 협동조합 생산설비 지원사업, 김해우체국 앞 도로 재포장공사, 내외동 행정복지센터 도로 재포장사업 등도 있는데, 이는 소음피해 주민 보상과는 거리가 있고, 심지어 목소리 큰 사람이 눈먼 예산을 가져가는 형국으로 비친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공급자 중심인데다 지자체 예산을 25%~35%까지 함께 편성해야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원인 유발자가 피해자에게 일부 배상 책임을 묻는 모순된 논리이다. 이러한 정책이 수십 년 이상 이어 왔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그것도 피해 제공자인 국토부가 과학적인 현장조사와 주민의견 수렴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보상의 범위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인 주민이 직접 구체적 타당성을 명시한 신청서를 절차에 따라 제출해야 피해보상이 가능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보상범위도 임의대로 정하면서 재산권 행사나 보상을 받으려면 냉난방시설전기료신청서, 공항소음대책지역 손실보상청구서, 공항소음대책지역 토지매수청구서, 감정평가비용납부고지서 등 이런 것들을 한국공항공사에 제출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며, 심지어 감정평가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몹시 부당한 갑질이다.
2010년 제정된 관련 법률에 따라 나름 정당하게 한다는 것이 이 정도인데 1976년 김해공항 개항 이래 그간 수십 년 이어온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정책은 얼마나 불합리하게 적용되었는지 짐작이 갈만하다.
거기에다 1994년 공항 소음피해 보상이 조금씩 확대되면서 2021년까지 무려 27년 동안 국토부는 김해공항으로 할당되는 보상액의 90%를 부산 지역에 편성했다.
국토부가 소음영향도를 5년마다 조사하여 지정·고시하는 것에 따르는데 이를 부당하게 여긴 김해시 공무원들이 2021년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자 2022년부터 부산시와 김해시가 각각 50% 균등하게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소음영향도 조사가 투명한지 과학적인지 검증이 필요하고 주먹구구였거나 특정한 영향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문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국토부는 2016년부터 매년 100억 원을 5개 공항(김포·제주·김해·여수·울산공항)에 소음 피해보상 예산으로 편성한다.
이 중 작년에 김해공항에는 31억 원이 편성되었고 13억 원은 한국공항공사가 ‘소음대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피해 주민들에게 집행하였으며 부산시 9억 원, 김해시에도 9억 원이 제공됐다.
항공기 운항 횟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착륙료 징수도 계속 증가하였으나 국토부는 소음 피해보상 예산을 9년째 확대하지 않고 있다. 근거 없는 행정이다. 김해공항에서만 2023년 착륙료를 130억 원 징수했다.
이제라도 관심을 가지고 피해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간 김해공항 소음피해에 대한 토론회를 시민단체, 정치인,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2016년과 2017년에 두 차례 열었으나 모두 김해 신공항 건설에 따른 소음피해 확대를 대비해 개최한 것이고, 실시간 이루어지는 주민 피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고민해 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법률을 대폭 수정하고 피해자 중심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피해지역에 대한 역학조사를 국제기준에 맞게 실시한 후,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현물지원 등 현실성 있는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토부 관계자도 이에 대해 “주민 만족도가 낮고 소음피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인정하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소음피해 지원으로 주민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공항소음법은 물론, 환경보건법도 이번 기회에 개정하여 소음유해인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조사·평가하여 주민 건강보호와 병원진료 보장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는 작성할 수 없는 손실의 내용, 보상액산출방법, 손실증빙자료를 한국공항공사가 가만히 앉아서 가져오라는 것은 갑질행위이다. 피해유발자가 조사해서 합당한 보상을 하고 이에 불복할 경우 그때 민원의 행정절차나 법적절차를 거치면 되는 것이다.
거주 주민들에게 돌아야 가야 할 당연한 권리를 무슨 시혜를 베푸는 양 ‘신청서를 써 와라’,‘사유를 논리적으로 대라’,‘증빙을 가져와라’하는 것은 가해자가 할 자세가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점과 개선사항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소음대책사업’으로 예산의 50%정도를 한국공항공사가 직접 집행하던 것을 지자체로 모두 이관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지원을 하도록 해야한다. 예산을 추가로 보태는 것도 지자체가 재량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 알아서할 일이다.
둘째, 지자체가 시행하는 ‘주민지원사업’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그 또한 지자체에 위임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 고유사업과 중첩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원내용을 과감히 개선하여 현물 지원을 비롯해 피해 주민이 필요로 한 지원으로 체감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넷째, 김해공항 등 5개 공항에 배분되는 소음피해보상금액은 9년째 100억 원으로 증액이 없는데, 착륙료 증가에 비례한 보상액으로 현실화 해야 한다.
공항소음으로 피해는 주민들이 보고, 그로 인한 잉여 이익은 한국공항공사가 성과급으로 가져가는 시스템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공정한 보상이 되도록 관심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