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식의 허튼소리> 2014년 행복충전소 천원의 행복밥집이 문을 열던 날 가장 먼저 찾아오신 시민은 80대로 보이는 어르신 부부였다.
"이런 곳이 다 있다니 참 신기하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할머니의 이 말씀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게 울리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할아버지 혼자서 손수레에 배추김치 3통을 싣고 왔다.
할아버지는 "할망구가 김장을 너무 많이 해서 나누어 먹어야겠다"며 "행복밥집에 갖다주라고 하여 가지고 왔다"고 했다.
미소 가득한 선한 모습과 맑아 보이시는 할아버지는 무거운 김치 통을 싣고 끌고 오느라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내색 없이 부끄러운 듯 김치 통은 나중에 가져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손맛 가득했던 김치가 얼마나 맛이 있었든지 사흘 만에 동이 났다. 천원의 행복밥집 첫 번째로 들어온 후원 물품이 바로 이 배추김치 3통, 약 30kg였다.
밥집 운영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찬 중에 김치가 최고로 인기를 누리다 보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처음 몇 달은 매일 평균 10kg 정도의 배추김치가 나가더니 약 3개월 후부터 20kg, 6개월 후부터 매일 약 300여 명이 다녀가면서 30kg로 늘어났다.
배추김치 10kg 한 박스에 소매가격 50,000원 한다는 국내 최고의 배추김치 공장이 김해시 삼계동에 있고 이곳에서 나오는 김치 종류가 전국에 공급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을 인증받고 있었다.
김해시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천원의 행복밥집도 이 업체의 김치를 공급받았다. 배달 없이 이틀에 한 번씩 직접 공장으로 가서 가져오는 조건으로 10kg에 33,000원으로 할인해 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필자가 이틀에 한 번꼴로 직접 운전하여 필요량을 구매하여 싣고 왔는데 김치 값만 매월 2,500,000원 정도 지출되기도 했다. 배추 값이 오르고 양념류도 덩달아 치솟을 때는 김치 가격이 금치 가격이 되어 큰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늘 소망하던 것이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 경비를 절약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가까운 곳에 텃밭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 텃밭에 농수산물 보관 저온 창고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꿈이 되어버릴 정도였다.
만약 꿈이 이루어진다면 텃밭에서 나오는 무와 배추 등 식재료들을 싱싱하게 보관하여 매일 맛있는 반찬을 풍성하게 대접할 수 있고 운영 경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갈망해 왔다.
하지만 저온창고 건립 부지도 없고 건립 경비도 상당하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텃밭도 생겼고 이곳에 저온창고도 건립하여도 좋다는 허락도 받아 놓고 지난해 9~10월부터 무와 배추 등을 심고 씨 뿌려 수확해 왔으며 지금도 잘 묶어 놓은 배추가 알이 가득 차 단단한 돌덩어리처럼 무겁다.
욕심에 배추를 너무 많이 심어 놓았지만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창고가 없어 텃밭 농장에 그냥 방치하고 필요한 양만 뽑아 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삼일에 한번 배추밭을 오가기만 하던 지난 12월 연말을 맞아 기부된 후원 성금으로 텃밭 한 켠에 저온창고를 건립하여 완공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선반용 내부 칸막이 앵글을 구입 규격에 맞게 절단하여 저온 창고 내부에 조립을 마쳤다. 두 손이 꽁꽁 얼어 감각이 없다 보니 볼트가 바닥으로 떨어져 조립에 애를 먹었지만 오후 5시경 마지막 피스를 조이고 마무리를 했다.
12일 수요일 영하의 맹추위 날씨 속에 재단 이사들과 밥집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텃밭에 있는 500포기가 넘는 배추를 뽑고 손질하고 배추 한 포기 한 포기 신문지에 돌돌 말아 바로 옆 저온 창고에 보관했다. 이제 초여름까지는 배추 걱정 덜해도 될 것 같아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생김치도 담고 배추 나물, 겉절이에다 시원한 된장배춧국까지 넉넉하게 대접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년 봄에 수확하는 양파(1000포기 성장 중)도 저온 창고에 보관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양파 수확 꿈까지 꾸고 있을 정도다.
천원의 행복밥집을 이용하는 소시민들을 위해 800평에 달하는 대형 텃밭을 내준 강동 해원농장 대표와 후원을 해준 경남은행 및 따뜻한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8년 전 천원의 행복밥집 첫 후원 기부 물품이 배추김치였고 그 배추김치를 후원해 주신 어르신 부부의 진심이 담긴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라는 인사가 현실이 되어 오늘 배추 농사 밭도 생겼고 농산물 보관 저온창고도 생겼다는 생각에 어르신 부부가 더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