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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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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20.12.3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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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2일 장유 율하에서 운영 중인 천원의 행복밥집을 찾아와 식사를 마친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신사 한 분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필자에게 다가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포장된 K94 마스크 4장을 선물해 주셨다.

직원들과 나누어 쓰시라는 고마운 말에 이어 "우리는 대접 잘 받아서 좋지만 연세도 있으신데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시느냐 편안하게 사시지"라고 했다.

필자는 할 말이 많았지만 꾹 참고 밝은 얼굴로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어린 시절 바가지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동냥 생활을 할 때 한집 한집 보리밥과 된장이지만 한 스푼식 담아주셨던 그 사랑 그 고마움으로 오늘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때 받은 그 보리밥 한 스푼은 지금의 토종닭 백숙 한 그릇보다 더 소중했고 감사했으며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그때 따뜻한 사람들과 훈훈했던 이웃들 나를 보호해 주고 성장시켜준 이웃과 사회에 작지만 보답을 해야 한다. 김해라는 곳에 와서 참 많은 인연으로부터 보살핌과 도움을 받으며 빚을 졌지만 아직 그분들에게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했다. 은혜로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회가 미쳐 챙기지 못하는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알아준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그냥 그대로 인연이 끝나는 그때까지 업장 닦고 즐기다가 가야한다는 다짐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왜 이 고생을 하지,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잘 보일 일도 없으며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6년이 지나고 7년째 급식소 바닥 닦고 틈틈이 설거지에다 매일 시장 보기까지 하다 보니 손가락 팔목 목 어깨 허리 무릎의 통증이 심해 밤마다 몸부림칠 때가 있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가 많다.

남들처럼 넉넉한 환경은 아니지만 고령 연금과 가끔 들어오는 원고료만으로 대충 먹고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는데 왜 이러지? 고생을 할려면 지 혼자 하든지 주변 사람들까지 생 고생 시켜 가며 뭐 하는 짓인지? 이제 그만두고 바랑 속에 작은 목탁 하나 담아 둘러매고 산천초목이나 둘러볼까?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우며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 절대 김해를 떠날 수가 없고 천원의 행복밥집 운영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생겼다.

다음날인 23일 필자가 장유를 가지 않고 부원동 천원의 행복밥집에서 오시는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오시는 분들마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내일 24일부터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반식당 5명 이상 출입제한에 따라 1월 3일까지 행복밥집 쉬니까 1월 4일부터 오세요"라고 했다.

다수의 분들이 "예.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고는 바로 넋두리를 하신다.

"큰일이네 어쩌지" "밥 먹을 때가 없는데" "혼자 밥해 먹기 싫은데" "집에 반찬이 없는데" "할망구가 병원에 있는데" "집에서 찬 밥 먹어야 되는데"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겠네" 등등의 걱정들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게 하기 위한 조치니 잘 이겨 내시고 새해 1월 4일날 만납시다"라고 했다.

"예. 어쩔 수 없지요"라고 말하시고 식사 배식을 위해 걸어가시는데 너무 힘이 없어 보이신다.

밥집은 쉬지만 필자는 일반 업무를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다음날인 24일, 25일 정상 출근을 했다. 그리고 11시 30분부터 12시 20분까지 1월 4일부터 오시라고 그토록 신신당부했고 모두들 `예` 라고 대답했던 어르신 들 중 40여분이 밥집에 들렀기에 또다시 설명을 드리고 죄송하다며 돌아가시게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25일 이중 30여분이 또 오셨고 28일 월요일과 29일 화요일에도 20여분의 어르신이 오셨고 다시 설명을 듣고 돌아가시면서 "코로나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라는 말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분명히 두 번 세 번 설명을 드리며 4일부터 오시라고 했는데 왜 이러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길게는 6년 5년 4년 3년여 동안 단골로 오시던 분들이 상당하셨는데 그분들 가슴과 머리에는 토ㆍ일요일 말고 평일은 언제든지 가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관념 즉, 일상의 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밥 먹는 것 외 아무 생각 없이 늘 마음과 발길이 가는 대로 왔을 뿐이다.

우리가 늘 가던 곳에 볼일도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와 있을 때가 있듯이 이분들도 몸에 밴 습관대로 걸어왔던 것으로 보였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든 2020년이었기에 온몸이 지쳐가고 있었는데 저분들을 보니 참 잘 버티어 왔구나, 2021년에는 더 영양 가득한 풍성한 밥상으로 잘 모셔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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