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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물`은 화엄 세상이며 불(佛) 보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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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물`은 화엄 세상이며 불(佛) 보살 세상이다
  • 조민규 기자
  • 승인 2017.11.1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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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물장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 고담 김광수 선생 "후대에 쪽물연구 환경 만들어주고 싶다"
▲ 고담 김광수 선생.

"내 나이 70살쯤 이루고 보니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내 마음에 드는 쪽빛 그 자연의 빛깔만 바라보는 게 평생 꿈이라면 꿈이지요."

쪽물장(液藍匠)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 고담(古潭) 김광수(70) 선생.

그는 김해시 진례면 비음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쪽물 작업에 여념이 없다. 33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그 자세로...

운명이었을까? 늘 익숙했던 전통의 색이 어느 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담 선생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불교와 숙명적인 인연이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통도사 당대 큰 스님 고경스님이 바로 외할아버지의 아우 되시는 분이다.

유년시절 고향에서 주말이면 동네 절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스님들로부터 불교 교리를 배우면서 '쪽' 얘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스님들은 불교의 색을 설명할 때 자주 '쪽'을 비유로 들었다는 것.

이러한 불교와의 인연으로 한국의 전통 색에 대한 그가 그토록 자연 빛깔로 물들인 천연염색에 천착(穿鑿)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김광수 선생이다.
 
그래서일까? 고담 선생은 "잠들었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깨우고 있는 그는 지금 쪽빛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심정이다. 그 세상은 화엄(華嚴)의 세상이며 불(佛)보살(菩薩)의 세상이다"고 되새겼다.

고담(古潭)의 쪽물은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발효 미생물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색(色)이 없어도 여러 종류의 생명체들이 살아 각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1300년의 연륜에도 변함없이 건재하고 고려시대 불화 '백의관음'과 같은 유물들은 종이나 천이 천 년 동안 경화(硬化)나 미생물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것은 쪽물의 힘이다"고 선생은 설명했다.

즉 굽이쳐 흘러 흘러 쪽물은 신비로운 색깔이 되어 불화(佛畵)를 그리면 예불의 대상이 되고, 혼례 하는 양가의 예물이 되며, 성인식 하는 날 집안의 최고 어른이 하사하는 예물이 되면서, 대를 이어 살아온 전통 있는 집안에서는 부적(符籍) 같은 신물(神物)이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금호 약효 스님은 근대기를 대표하는 화승이다. 50여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100여 점에 이르는 불화를 남겼으며 융파법융, 보응문성, 호은정연, 청은목우 등의 걸출한 화승들을 배출해 오늘날까지 이런다.

해서 고담 김광수 선생은 그와 같은 맥을 이어지는 한국불교계의 거장 김일섭 스님 문하 석정스님을 은사로 쪽물 기법을 사사(師事) 받았다.

이렇듯 선생은 석정 스님에게 전수받은 쪽 염 기법을 토대로 전통의 방법 그대로를 전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를 지켜주던 그 쪽 색의 빛깔을 잊고 살아왔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모르는 채...

이를테면 '쪽 염'은 불교문화의 정점(頂點)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것으로 그동안 사찰 등지에서 간간이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

불교에서는 쪽의 색을 하늘색, 공의 색, 무의 색으로 색과 공이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광수 선생은 "옛날 오래전 쪽물들인 비단(絹)에 부처님을 그렸고 부처님 뒤에 탱화 고려 불화인 백의관음 등을 그려 유물로 전해져 오고 있다"고 되짚어 내고 있었다.

'고담 쪽물'은 천연염색이나 화학염색과는 달리 순수한 자연물이다.

이에 대해 고담 선생은 이렇게 일갈(一喝)한다.

"염색은 50~60년 전 나일론과 화학염색이 이 땅에 들어옴으로써 생겨난 용어로써 이후 전통 쪽물의 정체성이 상실된 시대가 이어졌다"며 "천연염색, 화학염색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전통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고담의 액람(液藍)은 하늘을 닮고 물을 닮아 천년을 가던 물이었다.

김광수 선생은 "경상도 지역은 전통적으로 쪽물들이기가 활발히 행하여졌던 지역으로 수많은 불교미술 작품에서 쪽물을 들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서 "현재는 다른 전통기술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연구와 보존이 미흡하여 명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고담 김광수 선생은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인 '쪽물'을 널리 알리고 계승발전과 보존을 위해야 하며 겨레의 자긍심을 찾기 위해서라도 좀 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학술과 기능을 동시에 겸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담 선생은 "다음 시대에 보다 더 나은 '쪽물 연구'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액람(液藍)은 신(神)의 물건인가?

액람염색의 역사성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어의(御衣)에서부터 평민의 평상복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됐음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친근한 색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옛날 승려들은 청빈 생활로 쪽물을 들어서 누빈 겨울 외투 한 벌 가지고 한평생 살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멀쩡한 천을 조각으로 만들어 옷을 만들어서 멋이라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남루(襤褸)를 볼품이 없고 초라하다고 하는지 역사적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 잘 재배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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