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 보호대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부는 지난 9월 24일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법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상가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대책을 발표하였다. 상가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대책은 임차인의 대항력 인정범위 확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강화, 권리금 보호 인프라 구축(권리금 정의 명확화, 표준계약서 보급을 통한 분쟁 예방,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부도덕한 임대인 때문에 권리금도 못 받고 강제로 쫓겨나는 상가임차인의 피해가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전문가의 대부분(86.9%)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 권리금 법제화에 대해 상가임대인들은 권리금 배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상가임차인들은 권리금 보호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정부의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이 임대인과 임차인들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정부는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을 마련하면서 기존 임대인과 임차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세간에서는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가 있지만, 정상적인 상가권리금 시장(96%)에서의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첫 번째 오해: 정부가 증세를 위해 권리금을 보호한다?
현행 세법상 권리금을 거래하는 경우 거래당사자는 부가가치세(10%)와 소득세(4.4%, 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하여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지도 않았고, 납세를 강제하기 위해 권리금 거래 신고의무를 부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증세를 위해 권리금을 보호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억측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은 권리금이 새롭게 법제화되는 데 대한 시장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상가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 두 번째 오해: 기존에 지불한 권리금이 보호된다?
이번 대책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보상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영업하거나 임차인이 받을 수 있었던 권리금을 임대인이 직접 받아 챙기는 약탈적 임대인을 법률로써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과의 협상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뿐이지 기존에 지불한 권리금 자체를 임대인에게 주장할 수는 없다.
◇ 세 번째 오해: 권리금을 보호하면 임대료가 오른다?
2002년 11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될 때에도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동법 시행 전후의 임대료 변화는 거의 없었다(전국 평균임대료 0.29% 상승).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보호대책이 임대료와 보증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영향 없음(39.4%), 국지적 상승(38.4%), 일시적 상승(33.3%), 소규모 상승(53.5%) 등으로 전망했다(국토연구원 전문가 설문조사). 임대료와 보증금은 대체로 상권의 시장수급 및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네 번째 오해: 권리금을 보호하면 상가가격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이 있는 상가는 임대료와 보증금이 다른 상가에 비해 높다. 임대료와 보증금은 임대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가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보호대책이 상가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영향 없음(46.5%), 가격상승(33.3%), 가격하락(19.2%) 등으로 전망했다(국토연구원 전문가 설문조사). 따라서 상가 매매가격은 시장경기나 금리에 따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이번 보호대책과의 관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다섯 번째 오해: 모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배상하여야 한다?
이번 대책은 임대차 관계가 종료될 때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는 데 협력하도록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대인은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의 협력의무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대한 적극적 협력의무가 아니라 방해금지를 의미하는 소극적 협력의무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을 약탈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임대인은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한마디로 종전과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이번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은 부도덕한 임대인의 약탈행위를 방지하는 사법적(私法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보상 문제는 공법적(公法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익이 정면으로 상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권리금 법제화 이후에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상가권리금 법제화라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상가권리금의 무통분만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였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음지에 있었던 권리금을 법제화하면서 일거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출산 도중에 사산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권리금 보호를 우선적으로 법제화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 이상 선량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이 법제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