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귀향 1주년' 그 후...
주민들, 의식과 주변환경 변화 가져와...
▲마을회관의 기념행사장. 조촐한 식사가 마련되었다 |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 1주년을 맞은 봉하마을은 간간히 바람이 불고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마을 주차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지만 여느때 보다도 오히려 더 조용하고 한산했다.
굳이 전임 대통령이 고향 시골로 내려와 생활한 지 1년이 지났다는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몇 장과 마을회관 앞에 놓여진 화환 몇 개.
▲축하 플레카드 몇장만이 걸렸다 |
마을 모임이나 회의용으로 사용되는 20평 남짓한 행사장 전면에는 지난 1년간 활동상을 담은 사진들이 슬라이드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통령님이 나오시지 않아서 서운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요. 우리들 끼리라도 점심이나 나누며 귀향 1년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마을 이장인 이병기(54)씨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봉하마을의 현재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주민들만의 조촐한 행사라는 소문 때문이었는지 지역의 기관. 단체장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침 식사를 하고 있던 일행 중에 봉화산 정토원 선진규 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선 법사는 1년전 오늘 노 전 대통령의 귀향 환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분이다.
`지난 1년 동안 봉하마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선 법사는 망설임 없이 `주민들의 의식과 주변 환경의 변화` 라고 대답했다. "농촌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인근 생태계 또한 엄청나게 좋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니겠냐" 고 덧붙였다.
1년전과 비교해 보면 봉하마을이 변하기는 정말 많이 변했다. 마을 주변을 정비한 것은 물론 농사는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었고, 인근 화포천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태하천으로 변모시켜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게 만들어 놓았다.
마을회관 안은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소주잔을 들고 환담을 나누는 사람,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어우러져 있었다. 나름대로 불콰해진 얼굴의 몇몇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관을 나와 생가쪽으로 향하는 길. 그 길목 주차장 끝에 있는 나무에는 마을주민 명의의 귀향 1주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생가 옆 `대화의 광장` 은 생가복원을 위해 1주일 전부터 가리개로 막아 놓았다. 작년에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방문객이 들끓으며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던 곳. 때마침 지나던 김정호 비서관을 붙잡고 진행상황을 물으니 예정대로라면 금년 8월초 완공이지만 좀 서둘러 일찍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공간이 없다면 찾아오는 방문객들과 나누던 대화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는 질문에 김정호 비서관은 "생가마당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전처럼 시간, 장소를 정해서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느냐" 고 대답했다.
▲봉하마을 앞 무논을 찾은 오리떼들 |
귀향 1년이 지나고 2년째를 맞는 봉하마을은 금년에도 여러가지 계획이 많았다. 그가 들려주는 금년 추진계획에는 작년보다 10배나 확대되는 친환경 농사에서 화포천 생태공원화 사업, 찾아오는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다.
24만평의 논에 오리, 참게, 우렁이 농법 등을 동원, 농사를 짓고 화포천에 대한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 되는대로 생태공원을 만들고, 2000여 평 규모의 친환경 유기농 주말농장을 운영,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는 마을 앞 논을 가리켰다. 추수때 낙곡을 남기고 무논을 만들었더니 청둥오리, 큰 기러기, 흰뺨 검둥오리, 청머리 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엄청나게 찾아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체계적인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한 전문기관의 연수계획을 줄줄이 늘어 놓았다.
▲친구분이 보낸 축하화환... |
비록 `주인공` 이 빠지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소는 활기 잃은 분위기 속에서 치뤄진 노 전 대통령의 귀향 1주년 행사. 그러나 봉하마을에는 여전히 더 큰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모습으로 그들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