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할 때
ㅡ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할 때
김 순 규
경남대 석좌교수
2010년 지방선거를 2년 앞두고 벌써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문제가 쟁점화 되고 있다. 1개월 전인 지난 9월 25-26일 부산에서 열렸던 전국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는 현재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지방자치 재실시 때부터 논의되어 온 문제로서 그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를 직접 겪어 본 당사자들이 모여서 새삼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참여(partisanship)와 정당배제(nonpartisanship)논쟁은 학자들 간에도 오래 전부터 각자의 견해, 주장의 차이가 있다. 또 정당참여에 따른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음을 우리는 다 안다.
그러나 필자는 평소 지방정치에서의 정당배제를 주장해 왔기에 이들 기초단체장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법을 개정하려면 지금부터 논의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이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 1991년 지방자치를 재실시할 때 기초의원선거에서는 정당이 배제되고 광역의 경우만 정당공천을 허용했다.
그 후 1994년 3월의 정치관계법 개정 시 모든 지방선거에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되었고, 실제로 2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의원 공천제까지 도입, 실시했었다. 어느 국가이든 예외 없이 중앙정치에 있어 정당의 참여는 당연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는 여론에 입각하게 되어있고 그 여론을 형성하고 조직화 하는 것이 바로 정당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 민을 정치사회화 시키고 정부조직을 결성하며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도 정당의 역할이므로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는 정당의 필요성이 대두 된다.
하지만 이런 중앙정치의 일반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는 그 양상이 다르다. 지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우선 당해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입장서 볼 때 정당의 참여가 필연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유럽제국은 정당 중심의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거의 정당참여가 배제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도 정당참여론과 정당배제론 간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기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할 경우, 각국이 처하고 있는 정당정치 현실과 경험 그리고 개별 국가 국민의 정치문화 및 정치적 수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당이 주민의 여론을 결집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책임정치를 실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정당의 존재가 근대민주주의의 골격을 이루고 있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며 시민들에게 정치적 정보를 제공하고 정치적 교육을 담당하며 대중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여 정부와 여론을 연결시켜 개인과 정책결정자들 간의 조정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엘리트를 충원시키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지방선거에도 정당참여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당의 하향식 특성과 정당정치의 미성숙 상태 등으로 2년 전의 지방선거와 관련된 후보공천, 비례대표 선정에서의 각종 비리(非理) 의 양산(量産), 중앙정쟁(政爭)의 지방침투,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현상, 지역 당 정치로 인한 지역감정의 심화, 지역발전의 소홀 등으로 지방자치 실시의 본래 취지와 본질이 크게 왜곡, 퇴색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간의 불협화음이 지역발전의 장애가 되어 왔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국회의원들은 그들이 이미 휘어잡은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권이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난 4.9 총선 때처럼 지방의원들을 조선조 시대의 상전이 하인 부리듯 선거운동 일선에서 부려먹고, 지방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위해 ‘울며 회 먹기’식으로 지역 국회의원의 비서마냥 따라 다닐 수밖에 없는 이 잘못된 제도를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차제에 바꿔 놓도록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뜻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문제를 이제부터 본격 재론할 것을 제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