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교직자로서 생각은

2008-10-04     영남방송
지난 9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교육을 살려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중장기적인 사교육비 절감대책은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하지만 당장 서민생활에 부담이 되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학원비가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하면서 실태조사와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교육비 지출 추이 통계표.


우리 교육현장은 지나친 대학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공교육이 약화되고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되면서 사교육의 수요 급증으로 고액 과외, 불법과외가 성행하여 서민의 가계를 울리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17일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여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등 대책을 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지만 공교육을 살리거나 사교육비 절감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도시 가구 사교육비 지출액이 평균 326만원을 넘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학부모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 학부모들은 남이 하면 나도 따라 해야만 불안하지 않은 모양이다.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명문학교를 보내고, 유명세를 탄 과외학원을 찾아다니며 오직 자녀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는다. 한정된 수입에 사교육비 지출은 나날이 늘어가다 보니 가계는 엉망이 되고 결국 부부간의 금전적 갈등까지 초래하여 이혼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남중 3학년과 여중 2학년생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맞벌이 학부모 O씨는 “수학은 매일 1시간 반~2시간씩, 영어는 1주일에 3회 2시간 30분씩, 과학은 1주일 3회 1시간 30분씩, 기타과목은 주말에 2~3시간씩, 미술과 음악은 실기 평가기간에1~2시간씩 과외를 하는데 한 달 평균 200만원이상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두 자녀가 학급에서 성적이 상위그룹에 속한 편이라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다 해도 현 입시정책과 교육제도 하에서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일지역의 공무원인 K씨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자녀의 사교육비가 한 달 평균 150만원씩 이상 지출되는데 그 중에 영어 학습비가 30~40만원이다. 다른 집 자녀들이 모두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보내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보낸다”고 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학부모 M씨(여)는 “학교에서 모든 공부가 이루어지면 학원에 다니지 않게 되지 않겠는가? 학교에서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도 방과후 심화교육을 학원보다 실효성을 있게 운영하면 사교육이 줄고 교육비도 적게 들것이다”고 푸념한다.

초등학교 교사 K선생님은 “학원에서 선수학습 속진반을 운영하여 미리 배워버린 학습주제를 학교에서 복습하는 식이 되어 단위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와 관심이 부족하고 수업진행에 지장이 많다. 각급학교에서 학교수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개별지도, 보충심화, 선진도 학습, 학생학업성취도 문자통신 등 공교육살리기 근본적인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 교육청 별 사이버 학습공간· 교육방송 프로그램 이용하는 것도 방법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비싼 과외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크게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공부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각 교육청 별로 사이버 학습공간이 마련되어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사이버 가정학습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있으며, 방학과 휴일을 통해 영어교실, 과학교실 등 특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대학생들과 멘토링 학습, 영재교실, 방과후 교육활동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제공하여 학습활동에 직접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매체들을 이용하는 것도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일 것 같다.

근본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내 자식은 무조건 일등을 해야 하고 일류대학에 진학하여야 한다는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누구든 학원에만 보내면 학력이 쑥쑥 향상되고 일류대학에 모두 진학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모든 학생들이 학원에만 다닌다고 해서 결코 학력이 크게 향상되거나 학교 학습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었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자녀와 상호의견을 교환하여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공부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학습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자주적인 학습방법을 지도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꼭 해야 할 일을 무엇인가? 선택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개성과 창의성이 길러지기 마련이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류 대학 입학만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 잘못된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탈피하여 자녀들의 소질과 능력, 적성에 맞게 공부하도록 하려는 학부모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국정브리핑 정책기자단 송길화(goodgir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