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하나…우리 모두 함께 공존해야”

2008-08-16     조현수 기자
“지구는 하나…우리 모두 함께 공존해야”
[건국60년 60일 연속강연] (24) 조지형 이화여대 교수
“둥근 지구를 손으로 감싸보자. 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구는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함께 공존해야만 한다.”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60일 연속 강연에서 스물네번째 강사로 나선 이화여대 사학과 조지형 교수는 ‘지구 밖에서 세계사 보기’ 주제 강연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보통 이 사진을 보고 그냥 지구 사진이구나 생각하겠지만 역사학자들은 굉장히 감동 받는다. 요새는 지구 사진을 많이 보니까 일상적이지만 이 사진은 ‘아 지구가 이렇게 생겼구나’ ‘지구는 동그랗구나’ 라는 생각을 눈으로 확인했던 그 사진”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통상 동양사와 서양사를 합해 부르는 세계사라는 개념과 달리 ‘지구사(Global History)’는 조금 더 멀리, 지구 밖에서 지구를 쳐다보면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중세 유럽의 티오(TO) 지도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1474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년) 등 다양한 세계 지도를 보여줬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 한국이 크게 그려진 것처럼 지도는 세상을 그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지 나타내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지도, 인식의 지도, 실제의 지도가 같아지는 것이 세계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네트워크와 비교사, 탈경계, 생태의 역사로 나눠 ‘지구사’의 개념을 설명했다.

네트워크로서의 역사를 언급한 조 교수는 “흔히 세계화라는 말을 하면서 지구화는 오늘날, 20세기 후반에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현생 인류가 출현한 이후에 이미 지구화가 시작됐다. 지구화가 오늘날만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농경 문화와 전차, 기마술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조 교수는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동력은 전차다. 아리아인들이 인더스 초기 문명을 멸망시킨 것보다 300년 늦다. 하지만 은허에서 발견된 전차 중 초기 전차의 원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전차의 기술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비교사의 역사. 그는 바스코 다 가마의 배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컸던 정화의 배 크기를 언급하며 "세계사를 유럽 중심으로 배우니까 유럽이 세계를 장악했다고 아는데 이는 잘못된 역사 인식"이라고 말했다.

우리 역사교육이 지나치게 서양, 특히 서유럽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외국에서는 ‘팍스 몽골리아’라고 불리기도 했던 몽골 제국을 역사 교과서에서 불과 반쪽 분량으로만 다루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탈경계의 또 다른 예는 병이다. 14세기 유럽에 퍼진 흑사병은 사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도 발생했는데 이는 몽골 제국이 미얀마로 원정을 가면서 그 지역의 토착병이 옮겨진 것이라는 게 조 교수의 얘기다.

조 교수는 “아일랜드는 감자 때문에 인구가 90년 만에 500만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감자입고병이 발발하면서 90년간 다시 400만 명이 죽었다”며 “사람이 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병원균도 같이 사는 것이다. 지구는 하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생태의 역사를 입증해주는 사례다.

조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새로운 관점에서 지구 밖에서 성찰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빅뱅부터 오늘날까지 역사를 보면 137억 광년, 그러나 이중 인간이 산업화를 이루고 살았던 시간은 16초도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 밖에서, 많은 상호관계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 동식물과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